갑자기 골프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남편의 등 떠밀기였다

갑자기 골프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남편의 등 떠밀기였다

처음부터 너무 비싼 장비는 사지 말라던 조언

사실 골프를 시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편이 갑자기 태국 골프 투어를 가기로 했다면서,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가서 풍경이나 보고 맛있는 거나 먹고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출국 1주일 전, 갑자기 눈빛을 바꾸더니 “가서 망신당하기 싫으면 최소한 공은 맞추고 가야 된다”고 난리를 피우는 거다. 결국 못 이기는 척 알아본 게 집 근처 하남 골프 레슨이었다. 상담받으러 갔을 때 담당 프로님이 “처음부터 너무 비싼 채 사지 마세요. 일단 여기 있는 연습 채로 시작해보세요”라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다. 새 채를 샀으면 아마 당근마켓에 진작 올라갔을 거다.

아이언 그립 잡는 법만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던 날

처음 실내 골프 연습장에 들어갔을 때의 그 묘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다들 진지하게 공을 치고 있는데 나만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립 잡는 법만 30분 넘게 배운 것 같다. 분명 프로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손가락을 꼬았는데, 왜 내가 잡으면 손가락이 꼬여서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인지 모르겠다. 아이언 그립 잡는 법이 생각보다 너무 예민한 거였다. 조금만 힘을 줘도 손목이 경직되고, 힘을 빼면 채가 빙글 돈다. 1시간 레슨 비용이 보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는데, 첫날은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게 너무 짜증 나서 땀을 뻘뻘 흘렸다.

숏게임은커녕 공 맞히는 것 자체가 숙제였다

사람들이 골프는 숏게임이 중요하다느니, 어프로치가 승부처라느니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공이 클럽 중앙에 맞아야 뭐든 할 텐데, 공이 빗겨 맞아서 매트 바닥을 긁을 때마다 올라오는 그 찌릿한 진동이 정말 싫었다. 하남 밀리토피아 골프 연습장 같은 곳은 시설이 좋다고 들었는데, 내가 처음 갔던 작은 연습장은 타석이 좀 좁아서 옆 사람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내 옆자리 아저씨는 퍽퍽 소리 내며 잘 치시는데 나는 자꾸 헛스윙만 하니까, 나중엔 일부러 사람이 없는 오전 시간대를 골라서 갔다. 10시쯤 가면 한산해서 그나마 마음이 좀 편했다.

태국 골프 투어를 앞두고 느꼈던 묘한 압박감

출국 날짜는 다가오는데, 실력은 전혀 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골프 원포인트 레슨이라는 걸 받아볼까 해서 검색도 해봤는데, 사실 짧게 배운다고 갑자기 고수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남편이랑 가는 여행인데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막상 연습장만 가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골프가 참 희한한 게, 머리로는 힘을 빼야 한다는 걸 알겠는데 몸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아마추어들이 왜 그렇게 필드 나가서 고생하는지, 그제야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과 골프라는 운동

결국 태국에 가서 공을 몇 번 쳤는지는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냥 잔디 밟고 바람 쐬는 건 좋았는데, 골프 자체의 매력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엔 아직 너무 멀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레슨을 계속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사실 집 근처 웰컴골프연습장 같은 곳도 평이 나쁘지 않아서 다시 시작해볼까 싶다가도, 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그 좁은 타석에 서서 아이언을 휘두를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운동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안 하면 편할 텐데, 왜 남편은 자꾸 다시 가자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댓글 1
  • 연습장 채로 시작하길 정말 잘 하셨어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비싼 장비에 너무 정신을 팔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