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 TV를 점령한 골프 채널의 굴레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거실로 나오면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가 있다.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해설자가 쏟아내는 전문 용어들이다. 아버지가 골프에 진심이신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정도가 조금 심해지셨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골프 채널을 고정해두시는데, 뉴스나 날씨 좀 보려고 리모컨을 만지려 하면 바로 제지가 들어온다. “지금 이게 중요한 퍼팅 라인인데 어디를 바꾸려고 하느냐”는 핀잔이 돌아오니 어쩌겠나. 결국 아침마다 나는 소파 귀퉁이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연습장을 쫓아다니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루틴은 사실 조금 피로하다.
스크린 골프장 앞에서 망설였던 시간들
사실 나도 골프를 시작해 볼까 고민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작년에 친구가 오산 골프 레슨을 알아본다고 해서 한번 따라가 본 적이 있다. 그때 상담받았던 곳이 GDR 아카데미였는데, 시설이 깔끔하긴 하더라. 한 달 레슨비가 20만 원대에서 30만 원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서성였던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컸다. 누나는 벌써 골프에 입문해서 아버지한테 자세 교정을 받고 있는데, 나까지 합류하면 집안 대화 주제가 온통 골프장 예약과 스윙 폼 이야기로만 가득 찰 것 같아서 괜히 반감이 들기도 했다.
기흥 국민체육센터까지 가야 하나 싶다가도
최근에는 용인 쪽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4타석 규모로 작게 시작했다는데, 기흥 국민체육센터에서 입문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해서 잠시 솔깃했다. 파크골프라면 일반 골프보다 조금 더 접근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들었다. 막상 주말에 시간 내서 가려고 하면 또 귀찮음이 발목을 잡는다. 집에서 거리가 꽤 되기도 하고, 예약 전쟁이 치열하다는 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거다. 스크린 골프장은 가면 룸 이용료에 장비 대여료, 거기다 음료까지 시키면 한두 시간 노는 데 생각보다 지출이 꽤 된다. 한 번 갈 때마다 3~4만 원은 우습게 깨지니 말이다.
어설픈 자세와 아직 남은 숙제
가끔 아버지랑 연습장에 따라가서 공을 몇 번 쳐보면, 공은 생각처럼 날아가지 않고 바닥을 굴러가기 일쑤다. 퍼팅 레슨을 좀 받아야 하나 싶지만, 아버지한테 배우는 건 왠지 싫다. 누나한테도 골프 강습을 해주시는 걸 옆에서 지켜봤는데, 잔소리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그냥 집에 가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골프가 참 신기한 운동이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쓰는데, 막상 끝나고 나면 잘 안 풀려서 짜증이 나면서도 다음 예약을 잡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매일 아침 골프 채널을 보며 연구하시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여전히 결론 나지 않은 나의 골프 계획
조만간 구미나 강릉 쪽에 있는 골프 레슨을 검색해 보고 있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거기가 가격이 좀 더 합리적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지금 시작하면 내 삶의 절반이 골프라는 이름으로 채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다. 거실의 TV 소리는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마 내일 아침에도 나는 소파 한구석에 앉아 골프 경기를 배경음악 삼아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있겠지. 당장 다음 달부터 레슨을 끊을지, 아니면 그냥 동네 산책이나 계속할지, 이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특별한 결심 없이도 그냥 흘러가는 게 인생인 것 같기도 하고.
집에서 채널 보면서 생각하는 거 보니, 저도 아빠처럼 시간 엄청 보내던 기억이 나네요. 연습장에서 공치다가 짜증나는 경험 많았거든요.
스크린 골프는 정말 비싸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아빠가 골프 채널만 계속 보시니까 오히려 제가 뉴스 보는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스크린 골프장의 비용도 만만치 않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생각보다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쉽게 다시 찾기가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