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퍼팅 매트가 빨래 건조대로 변할 줄은 몰랐다

집에 있는 퍼팅 매트가 빨래 건조대로 변할 줄은 몰랐다

어쩌다 보니 거실에 깔아둔 매트

작년 겨울이었나, 일산 근처 골프 연습장을 다니다가 문득 집에 오면 퍼팅 감각을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덜컥 퍼팅 연습 매트를 샀다. 가격은 대충 10만 원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꽤 진지했다. 회사 마치고 오면 30분씩은 꼭 공을 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참, 거실 한가운데 길게 깔아두니 생각보다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더라. 처음엔 좋았지. 굴러가는 소리도 경쾌하고, 마치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하는 기분도 들고.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이게 그냥 거실의 인테리어 방해물이 되어버렸다.

굴러다니는 얼라인먼트 스틱과 골프 장비들

연습 매트만 산 게 아니었다. 스윙 교정 좀 해보겠다고 얼라인먼트 스틱도 사고, 유튜브 보면서 따라 하려고 골프 스윙 스틱도 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집이 좁아서 풀스윙은 당연히 못 하고, 그저 거울 보고 어드레스 자세만 잡는 수준인데. 최근에는 차쉬넬이라 불리는 저렴한 거리측정기까지 사서 챙겨놨다. 필드 나갈 때 챙겨야지 생각하면서 서랍에 넣어뒀는데, 정작 나가려니 노캐디 라운드 때 이거 챙기는 것도 일이다. 막상 연습장 갈 때는 무겁고 짐 되니까 그냥 가방에 쑤셔 넣고 나가는 게 전부다.

왜 항상 장비부터 사게 되는 걸까

요즘 신축 아파트들 보면 커뮤니티 시설로 실내 골프연습장이 정말 잘 되어 나오더라. 친구네 집 놀러 갔더니 지하에 아주 번듯하게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굳이 집 거실에 매트 깔아놓고 낑낑댈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연식이 좀 있어서 그런지 연습장이 있어도 상태가 영 별로다. 그러니까 집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매트 사서 깔고, 스틱 휘두르고 그랬던 건데. 사실 그럴 시간에 그냥 가까운 연습장 한 번 더 가는 게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텐데 왜 매번 장비병부터 도지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거실 매트는 반쯤 접혀서 한구석에 처박혀 있고, 그 위에는 빨래 건조대가 살포시 올라가 있다.

스크린 골프장 창업까지 고민했던 지난날

사실 한때는 진지하게 스크린 골프장 창업 비용까지 알아보기도 했다. 주변 지인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면 어떨까’ 하는 안일한 생각 말이다. 근데 막상 현실적인 창업 비용이랑 유지비,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골프를 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생각해보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좋아하는 거랑 직업으로 하는 건 완전히 다르니까. 그 이후로는 그냥 주말에 가끔 스크린 치러 가거나 시간 날 때 일산 쪽에 있는 연습장 들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거리감의 숙제

오늘도 퇴근길에 숏게임 연습이라도 좀 해야지 싶었는데, 차 트렁크에 있는 퍼터만 한 번 만져보고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 매트를 다시 펴볼까 하다가도, 빨래 건조대 옮기는 게 귀찮아서 그만뒀다. 아마 내일도 똑같겠지. 스윙 스틱은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거리측정기는 배터리 방전되지 않았나 걱정만 하고 있다. 사실 골프라는 게 연습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매트 위에서 공 백 번 굴리는 것보다 필드 나가서 한 번 벙커에 빠지는 게 더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정말 잘 맞았을 때의 그 느낌이 좋아서, 내일은 퇴근하고 매트 위에서 딱 열 번만 굴려볼 생각이다. 물론, 빨래 건조대를 치울 수 있다면 말이다.

댓글 1
  • 얼라인먼트 스틱도 사놓고 유튜브 따라 하려다 보니, 집이 너무 작아서 어드레스 자세만 연습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