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어르신들 따라 나섰다가 생긴 일
지난주 주말, 평소 등산을 즐기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파크골프라는 걸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동네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모여서 나무 채로 공을 치는 모습을 보셨는데, 그게 꽤 재미있어 보였나 보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운동인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막상 알아보니 이게 생각보다 체계적인 스포츠였다. 사실 골프는 너무 비싸고 진입장벽이 높아서 엄두도 못 냈는데, 파크골프는 집 근처 공원이나 대구스크린파크골프장 같은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 보였다. 문제는 장비였다. 아빠는 당장 이번 주부터 나가야 한다며 채를 사러 가자고 성화셨다.
덜컥 구매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세상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파크골프채 종류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엠유스포츠 같은 브랜드부터 이름도 생소한 국산 제품들까지, 가격대는 몇십만 원에서 150만 원 상당의 세트까지 정말 다양했다. 주변에서는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비싼 거 말고 중고채를 사서 감을 익히라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처음부터 제대로 된 걸 사야 공이 잘 맞는다며 발도드라이버 급의 고가 라인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냥 대충 싼 걸로 사드리면 될 줄 알았는데, 아빠는 또 6축 샤프트가 어쩌고 하면서 방향성과 정확도를 따지셨다. 사실 나도 잘 모르면서 그냥 대충 듣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가짜 국산 채 논란과 고민의 시간
검색하다 보니 ‘국산 둔갑 파크골프채’에 대한 기사들이 보였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가져와서 국산 라벨만 붙여 파는 곳들이 많다 보니,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뭘 믿고 사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직접 매장에 가서 흔들어보고 무게를 느껴보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말 오후에 시간을 내서 매장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파크골프 용품 코너가 북적거렸다. 아빠는 엠유스포츠 제품을 보며 디자인이 예쁘다고 좋아하셨는데, 가격표를 보고는 조금 머뭇거리는 눈치였다. 나는 괜히 옆에서 곤돌라 타고 이동한다는 비발디파크 파크골프장 이야기를 꺼내며, 이왕 사는 거 좋은 거 사서 오래 치시라고 부추겼다.
스크린파크골프장의 현실적인 매력
매장 직원은 입문자라면 무조건 무게가 가벼운 걸 고르라고 조언했다. 괜히 무거운 걸 들면 공을 치기도 전에 팔꿈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야구그물망이라도 사서 마당에 두고 연습하게 해드릴까 싶었는데, 아파트 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대신 대구스크린파크골프장 이용권과 함께 세트로 구성된 상품을 눈여겨봤다. 18홀을 도는 동안의 피로도나 공을 치는 타격감을 스크린에서 먼저 익히는 게 실전보다 나을 것 같았다. 가격은 대략 50만 원에서 80만 원 사이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지출이 커져서 마음이 조금 쓰였다.
여전히 남는 물음표들
결국 아빠는 무난한 디자인의 국산 채 세트를 골랐다. 가방도 같이 주는 구성이었는데, 막상 사놓고 보니 이게 정말 괜찮은 선택이었는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나중에 동호회 사람들이 더 좋은 채를 들고 오는 걸 보면 괜히 싼 걸 사드렸나 싶을까 봐 걱정이다. 파크골프가 그냥 공을 나무 채로 굴리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장비를 갖추고 나니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큰 산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 주에는 아빠를 모시고 실제로 공원에 나가보려고 한다. 아빠가 채를 휘두르며 즐거워하실지, 아니면 금방 흥미를 잃고 채를 창고에 처박아두실지는 모르겠다. 150만 원짜리 경품을 타는 행운 같은 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다치지 않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산책하듯 나가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6축 샤프트 때문에 아빠가 신경 쓰시는 모습이 눈에 띄네요. 저도 처음 운동 시작할 때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