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거실에 파크골프 타석 매트를 깔고 나서 든 생각

집 거실에 파크골프 타석 매트를 깔고 나서 든 생각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파크골프에 푹 빠지셨다. 평소에는 등산 말고는 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던 분이었는데,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유행이 돌았는지 어느 날 갑자기 파크골프채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하시더라.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요즘 부산 쪽에서는 브라마 파크골프 같은 브랜드가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부산 지역 축제 후원도 많이 하고, 본사 옆에서 직접 헤드를 만드는 곳이라길래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근데 막상 매장을 같이 따라가 보니 이게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시작은 가벼웠는데 생각보다 무거웠던 고민

처음엔 그냥 적당히 30~50만 원대 정도로 입문용 하나 사서 동네 구장에서 휘두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매장에 가니 흑단나무니 뭐니 하면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더라. 거기 계신 분들은 워낙 전문가들이라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데, 솔직히 나는 공기 저항이나 헤드 스피드 같은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그냥 가벼운지, 잡았을 때 손에 착 감기는지가 더 중요했다. 결국 아버지는 본인 손에 딱 맞는 걸 고르느라 한 시간 넘게 빈 스윙을 하셨고, 나는 옆에서 파크골프화랑 가방 같은 부수적인 용품들을 구경하다 지쳐버렸다.

집 안 거실의 정체성 변화

채를 사고 나니 이번엔 연습이 문제였다. 매일 구장에 나갈 수도 없고, 집에서라도 좀 휘둘러봐야겠다며 실내 골프 연습 매트를 거실에 깔았다.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아버지가 거실에서 살살 자세 잡는 걸 보면서 ‘그래, 운동하면 좋지’ 싶었는데, 막상 며칠 지나니까 거실 한복판에 떡하니 깔린 매트가 너무 거슬리는 거다. 카페트도 아니고 골프 타석 매트라니, 인테리어는 이미 포기 상태였다. 거기다 아버지가 스윙 연습을 할 때마다 혹시나 천장에 달린 조명이라도 칠까 봐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

혼마와 고민했던 순간의 기억

사실 사기 전까지는 다른 선택지도 많았다. 부쿠로 혼마 제품도 유명하다길래 잠깐 고민했었다. 가격을 보면 참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싼 건 싼 대로, 비싼 건 또 비싼 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막상 내 돈 들여서 사려니 덜컥 겁이 났다. 사람들이 JPX850처럼 이름난 클럽들 얘기할 때마다 우리 집에 있는 이 채가 혹시 너무 뒤처지는 건 아닐까, 아니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결국 브라마 제품으로 결정하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 며칠 더 고민해볼걸 그랬나’ 하는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구장 가는 날과 집에서의 거리감

주말마다 구장에 데려다드리고 오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파크골프 인구가 정말 많아졌다는 거다. 제1회 브라마배 전국 파크골프대회 같은 행사도 열린다고 하니 이제는 단순한 노인 스포츠를 넘어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또 집에 돌아와서 보면,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골프채 가방과 매트를 보면서 ‘이게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짐이 하나 늘어난 걸까’ 싶기도 하다. 최근에는 매트 주변으로 먼지도 많이 쌓여서 청소할 때마다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까

이제 한 달 좀 넘었는데, 아직은 아버지가 열심히 다니시니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거실에서 들리는 ‘틱, 틱’ 하는 소리가 이제는 좀 익숙해지다 못해 무감각해졌다. 비싼 돈 주고 산 장비들이 거실 한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면 언젠가 내가 이 매트 위에 서서 스윙을 배워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도 아버지는 퇴근한 나를 보고 웃으며 다시 연습을 시작하신다. 매트 위에서 휘두르는 저 파크채가 언제까지 아버지의 일상에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댓글 1
  • 매트 깔고 나서 아버지께서 불편해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웃겼던지요. 특히 조명 칠까 봐 계속 신경 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