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골프채를 잡던 날의 어색함
지나가다 보면 다들 하나씩 골프백을 메고 다니길래, 나도 뒤늦게 바람이 들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곡 근처 아무 실내 골프 연습장이나 들어가서 등록하면 되겠지 싶었다. 사실 어디가 좋은지, 프로님이 어떤 스타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상담 실장님이 한 달에 20만 원 중반대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레슨비까지 합치니까 생각보다 초기 비용이 꽤 나가서 당황했다. 골프채도 없어서 우선 연습장에 있는 공용 클럽을 썼는데, 이게 나한테 맞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휘둘렀다. 첫날은 땀이 너무 나서 셔츠가 다 젖을 정도였는데, 정작 공은 맞지도 않고 헛스윙만 하다가 끝났다. 이게 과연 실력이 늘까 싶어서 걱정이 앞섰던 기억이 난다.
숏게임이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레슨 시작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 금방 잘 칠 줄 알았다. 근데 프로님이 처음에 똑딱이만 한 달 내내 시키는데, 이게 정말 지루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옆자리 사람들은 벌써 드라이버로 팡팡 소리를 내며 치는데 나만 계속 툭툭 치고 있으니 답답했다. 숏게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당장 눈앞에 공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연습 시간은 보통 퇴근하고 8시쯤 가서 한 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가끔 퇴근길 교통 체증 때문에 늦는 날이면 마음이 급해서 더 공이 안 맞았다. 마곡 쪽이 워낙 차가 많아서 10분 늦게 도착하면 이미 대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거나, 타석이 꽉 차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스크린과 실전의 묘한 괴리감
연습장 안에서는 스크린 기계가 내 궤도를 다 알려주니까 나름 잘 치는 줄 알았다. 수치가 예쁘게 나오면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주말에 지인을 따라 강남 쪽 연습장에 한번 가봤는데, 거기랑 내가 다니던 곳이랑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살짝 당황했다. 기계가 뱉어내는 데이터값이 기준이 다르면 이렇게 혼란스럽구나 싶었다. 내가 매일 보던 화면 속 수치들이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는 괜히 허탈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당장 실력을 쌓으려면 지금 다니는 곳에서 꾸준히 치는 수밖에 없지. 가끔은 정말 이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연습장 구석에서 혼자 공 줍고 있다 보면 현타가 올 때도 종종 있었다.
비용과 시간의 끊임없는 저울질
골프가 돈 많이 드는 운동이라는 건 익히 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레슨비 외에도 들어가는 자잘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골프화도 사고, 장갑도 벌써 세 개째 갈아치웠다. 최근에는 전지훈련인가 뭔가 해서 필드 나가는 사람들도 보이던데, 나는 아직 연습장 타석 하나도 제대로 못 지키는 수준이라 남의 일처럼 보였다. 3개월 레슨이 다 끝나가는데, 이제 좀 공이 뜨기 시작한다. 근데 거리가 일정하지 않아서 프로님한테 물어봐도 ‘힘 빼세요’라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온다. 이게 정말 정답인지, 아니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하고 연습장에 들렀는데, 어제 잘 맞았던 7번 아이언이 오늘 또 이상하게 빗나간다. 이런 날엔 정말 운동이 아니라 숙제를 하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 계속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이제 레슨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재등록을 할지 말지 매일 고민 중이다. 사실 연습장까지 가는 길도 이제 조금 질리고, 매일 반복되는 동작에 어깨도 뻐근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두면 그동안 쓴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더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벌써 필드 나가서 사진 찍어 올리던데, 나는 아직도 실내연습장 매트 위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이게 나랑 정말 맞는 운동인지, 아니면 그냥 유행 따라 시작한 것뿐인지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아마 다음 달에도 일단 한 달만 더 끊어놓고, 또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연습장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을 것 같다.
스크린 기계랑 진짜 비교해보니까 차이가 많이 나서, 나도 뭔가 놓치고 있는 게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