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골프연습장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
지난달부터 초등학생인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GDR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골프를 잘 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이가 매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안쓰러워서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한 시간씩 공을 치면서 몸이라도 좀 움직이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연습장에 가보니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옆 타석에 있는 또래 아이들은 이미 자세가 잡혀있고, 숏게임 레슨을 따로 받는 건지 진지하게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애는 이제 막 아이언 잡는 법을 배워서 7번 아이언으로 공 맞히는 것도 벅차 보이는데, 왠지 나만 너무 아무것도 모른 채 이곳에 온 건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아이언 하나 잡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아이가 골프채를 처음 쥐던 날, 생각보다 무겁다며 낑낑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옆에서 보면서 ‘그냥 힘 빼고 툭 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무심코 말했는데, 그게 아이에게는 큰 부담이었나 보다. 정식 레슨을 시작하고 보름쯤 지났을까, 아이가 갑자기 연습장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아이언을 휘두를 때마다 공은 자꾸 엉뚱한 곳으로 튀고, 레슨 프로님은 계속 똑같은 지적을 하시니 재미가 떨어졌던 모양이다. 나도 어릴 때 피아노 학원 가기 싫어서 울던 기억이 나는데, 이게 운동이라고 다르지 않더라. 매달 들어가는 레슨비도 사실 적은 금액은 아닌데, 아이가 스트레스만 받는 게 아닐까 싶어 밤마다 고민이 깊어졌다.
장비 피팅이라는 새로운 숙제
연습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이버 피팅’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가 쓰던 골프채가 너무 길거나 무거우면 자세가 무너진다고 하더라. 아니, 이제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한테 무슨 벌써 피팅인가 싶어서 그냥 듣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어제 연습장에서 우연히 다른 학부모님께 들은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성장기 아이들은 클럽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이다. 전문 샵에 가서 제대로 맞추려면 또 돈이 꽤 들 것 같고, 도대체 어디까지 신경을 써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광화문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일단은 지금 쓰고 있는 저렴한 주니어용 세트를 조금 더 써보는 게 나을지 갈팡질팡한다.
가끔은 그냥 관두게 할까 싶다가도
가끔 유튜브에서 골프를 치는 다른 주니어 선수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싶다. 김민규 선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독학으로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나는 너무 아이를 편하게만 하려나 싶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아이가 연습장에서 공을 제대로 맞혔다며 정말 신나게 웃던 순간이 있었다. 그 짧은 순간의 기쁨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매일 왕복 30분 거리를 운전해서 다니는 건가 싶다. 주말에는 필드라도 나가봐야 할지, 아니면 이쯤에서 그냥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게 둘지, 여전히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그냥 오늘 저녁에도 일단 연습장으로 아이를 데리고 간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도심 속 운동 생활의 애매한 지점
운동을 시키는 건 참 쉽지 않다. 비용 문제도 그렇고,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건 아이의 실력인지 나의 인내심인지 구분이 잘 안 갈 때가 많다. 다른 부모들은 벌써 주니어 아카데미를 알아보고, 방학을 이용해 해외 골프 캠프까지 보낼 계획을 세우던데, 나는 아직 그런 거창한 것까지는 엄두가 안 난다. 그냥 동네 연습장에서 매일 저녁 땀 흘리고, 끝나고 같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들어오는 이 소소한 루틴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 가르쳐야 하나 싶은 불안함이 계속 뒤섞여 있다. 결국 선택은 부모의 몫이라는데, 아이가 나중에 커서 ‘왜 나 골프 시켰어?’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연습장에서 공 맞히는 거, 아이가 진짜 즐거워할 때까지는 계속 해보자 싶네. 그래도 너무 부담주면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으니까.
저도 자녀가 처음 시작할 때 클럽 무게 때문에 고민이었어요. 아이가 겪는 어려움이 느껴지네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아이가 너무 빨리 피팅을 이야기하길래 깜짝 놀랐었어요.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천천히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