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갑작스러운 파크골프 입문기와 내 고민

엄마의 갑작스러운 파크골프 입문기와 내 고민

동네 공원에서 시작된 예기치 못한 취미

주말에 본가에 들렀더니 엄마가 대뜸 파크골프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셨다. 평소 등산을 즐기시던 분이라 갑자기 무슨 골프냐며 의아했는데, 동네 언니들이랑 공원 산책하다가 구경하게 된 게 화근이었다. 파크골프라는 게 일반 골프랑 다르게 땅을 파지도 않고 그냥 툭툭 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왠지 본인 체력에 딱 맞을 것 같다는 눈치였다. 나는 솔직히 처음에 그냥 한철 지나가는 유행이겠거니 싶어서 적당히 맞장구만 쳤다. 그런데 다음 날 바로 근처에 있는 파크골프장 위치를 알아보고, 벌써 채를 사야 한다며 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공원 이용료가 한 번에 2천 원에서 5천 원 사이라니 확실히 가성비는 괜찮아 보였다.

20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까지의 고민

문제는 역시 장비였다. 검색창에 ‘여성 파크골프채’라고 치니까 쏟아지는 결과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국산 제품인 피닉스 파크골프도 보이고, 이름만 들으면 아는 미즈노나 혼마 같은 브랜드도 줄줄이 나왔다. 가격대를 보니까 20만 원대부터 시작해서 수백만 원까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엄마는 처음 시작하는 건데 무리하고 싶지 않다면서 30만 원 정도면 적당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상세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브라마나 다른 이름 모를 브랜드 채들이 가벼운 소재라고 홍보하는 걸 보고 있자니, 진짜 싼 게 비지떡은 아닐까 싶어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웠다.

중고 거래를 기웃거리며 느낀 막막함

새 제품은 너무 비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도 며칠 동안 눈팅했다. 은퇴하신 분들이 내놓는 채들이 꽤 많았는데, 상태가 좋아 보이면 이미 판매 완료고 아니면 너무 낡아 보였다. 직접 가서 상태를 보고 사야 한다는데, 내가 파크골프채 구조를 잘 알지도 못하니 괜히 잘못 사서 엄마한테 눈치만 보일 것 같았다. 중고라고 해도 10만 원 후반대면 새 제품 입문용이랑 별 차이가 없어서, 차라리 마음 편하게 새것을 사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다. 남들은 척척 잘만 고르던데 왜 나만 이렇게 결정하기가 힘든 건지 모르겠다.

무게와 손잡이 그립감의 딜레마

직접 매장에 가볼까 해서 서울 근교에 있는 파크골프 전문 매장을 몇 군데 찾아봤다. 전화로 여성용 채 추천을 부탁드려 보니 다들 무게가 가볍고 샤프트가 유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학박사가 개발했다는 어떤 제품은 진동을 줄여준다며 시니어와 여성에게 특화되었다고 홍보하는데, 막상 들어보니 가벼운 건 가벼운 대로, 무거운 건 또 나름대로 손맛이 다를 것 같아서 정말 혼란스러웠다. 매장 직원은 아무래도 가격대가 좀 있는 일본 브랜드 제품을 자꾸 권하는데, 입문자가 처음부터 그렇게 비싼 걸 써야 할까 싶어 속으로 계속 딴지를 걸게 됐다. 결국 매장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매일 산책하며 걷는 횟수만 늘어간다

결국 아직도 채를 고르지 못했다. 엄마는 요즘 채 없이 그냥 빈손으로 파크골프장에 나가서 사람들이 치는 걸 한 시간씩 지켜보고 오신단다. 벌써 세 번째 그러고 오셨다는데, 그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짠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옆에서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운동처럼 보이는데, 막상 장비를 갖추려고 하면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그냥 30만 원 정도 하는 적당한 국산 채를 사드리는 게 정답인 것 같으면서도, 나중에 더 좋은 걸로 바꿔달라고 하시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고민이 자꾸 든다. 어버이날 선물로 할까 싶다가도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엄마가 너무 심심해하셔서, 아마 이번 주말엔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일단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로 골라볼 생각인데, 막상 사고 나서 더 나은 제품을 발견하면 좀 속상할 것 같기도 하다.

댓글 4
  • 채 상태보면서 생각해보니, 저도 비슷한 고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중고 괜찮은 거 있으면 싹 다 보고 연락해야 할 텐데, 못 찾겠더라고요.

  • 채 선택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혼란스러움을 잘 이해합니다.

  • 채를 고르면서 느끼는 혼란,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고민했던 적이 있어서, 무게나 그립감 때문에 엄청 헷갈릴 것 같아요.

  •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잠깐 즐기는 운동 정도로 생각했는데, 엄마가 채를 알아보는 걸 보니 뭔가 진지한 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