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에서 휘두르다 남긴 흔적
며칠 전 퇴근길에 동네 골프샵에 들렀다가 충동적으로 스윙 트레이너라는 걸 하나 샀다. 5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그냥 막대기 끝에 무게추가 달린 형태였다. 요새 필드만 나가면 3번 아이언이 자꾸 열려 맞는 것 같아서, 집에서라도 빈 스윙을 좀 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던 거다. 사실 3번 아이언은 다루기가 까다로워서 예전부터 애물단지였는데, 왠지 이 도구 하나면 스윙 궤도가 교정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신나서 휙 휘둘렀는데, 하필이면 거실 조명 갓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천장에 길게 남은 자국을 보면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연습을 하라는 건지, 아니면 집을 고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작정 휘두르는 게 능사는 아닌가 봐
한 30분 정도 땀을 흘리며 휘둘렀을까. 팔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연습장에서 1시간 정도 치면 땀이 좀 나는 편인데, 이건 공을 맞히는 게 아니라 그냥 허공에 대고 힘만 쓰는 거라 그런지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좀 달랐다. 예전엔 클리블랜드 웨지를 바꿀 때나 장비에 관심이 많았지, 이렇게 스윙 자체를 교정하겠다고 뭘 사본 건 처음이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내가 제대로 휘두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거울을 보면서 폼을 잡아보는데, 어드레스 때 공과 몸의 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교정하려고 또 어깨를 비틀어보는데, 왠지 몸이 더 꼬이는 기분이라 그냥 멈췄다.
데이터도 없이 감으로만 하는 연습의 한계
투엑스휘트니스 구파발점 같은 곳에 가면 정밀한 샷 데이터를 분석해 준다는데, 집구석에서 혼자 휘두르고 있으니 이게 대체 교정이 되는 건지 오히려 몸에 안 좋은 버릇만 드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얀디 디아즈가 부상을 입었을 때 트레이너랑 상의해서 동작을 수정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난 누가 봐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독학이다. 특히나 스윙이라는 게 한 번 틀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데, 이걸 내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훈련 중에 타격 구간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고민하는 선수들의 기사를 보며 공감했는데, 나는 공도 없는데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은 걸까.
3번 아이언은 왜 여전히 어려운가
연습기 끝에 무게가 실려 있어서 임팩트 구간에서 끊어주는 느낌을 연습하기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정작 필드에 나가서 3번 아이언을 잡으면 연습기에서 느꼈던 그 무게감이 온데간데없다. 무게추가 달린 연습기만 휘두르다 보니, 실제 클럽의 헤드 무게는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역효과가 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 예전에 잘 맞았던 스윙 감각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모르겠다. 연습기를 사면 바로 해결될 줄 알았던 문제가 오히려 숙제로 남았다.
일단 구석에 치워둔 트레이너
결국 거실 한구석에 트레이너를 밀어 넣어두었다. 왠지 볼 때마다 천장 자국이 생각나서 마음이 불편하다. 다음 주에 연습장에 가서 아이언을 잡아보면 결과가 나오겠지. 그때도 똑같이 공이 열려 맞는다면, 아마 이 연습기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5만 원짜리 플라스틱 막대기가 내 스윙을 바꿔줄 거라 기대했던 내가 좀 순진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완전히 쓸모없진 않았을 거라 믿으며 오늘은 일찍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또 휘두른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공을 맞히지 않고 허공에 휘두르는 건, 근육 피로감도 좀 다르겠네요. 특히 거울 보면서 거리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도 공감됩니다.
연습기 무게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요. 헤드 무게가 진짜 중요하네요.
3번 아이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거 보니, 저도 잠깐 비슷하게 경험한 적이 있어요. 필드에서 어려움을 느끼면 자꾸 같은 부분에만 집중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