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데 놔두고 전남 강진까지 내려가기로 한 이유
맨날 경기도 주변이나 남양주 쪽에 있는 연습장만 들락날락하다가, 친구 녀석 중 하나가 바람을 넣었다. 2박 3일로 국내 골프 패키지를 다녀오자는 거였다. 맨날 가던 경기도의 썬벨리CC 같은 곳은 주말 예약도 밀리고 재미없다면서, 남쪽으로 멀리 내려가서 바다도 보고 공도 치면 제대로 힐링이 되지 않겠냐는 말에 덜컥 동의해 버렸다.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골프부킹앱이랑 골프조인방 단톡방 같은 곳에서 후기를 좀 찾아보니까 전남 강진에 있는 강진다산베아체CC가 바다 뷰가 좋다고들 하더라. 1인당 패키지 비용이 대략 45만 원 선이었는데, 숙박이랑 그린피 36홀이 포함된 가격이라 나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전 거리와 일정이 내 체력에 얼마나 무리가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첫날 4시간 넘게 운전해서 도착하자마자 느낀 피로감
출발 당일 아침, 서울 집에서 새벽같이 나와 친구들을 조인해서 차에 태우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올랐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강진까지 거의 4시간 반이 걸린다고 나왔다. 운전을 교대로 하기로 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었고 목포를 지날 때쯤에는 이미 허리가 뻐근했다. 첫날 티오프 시간이 오후 1시 20분이었는데, 중간에 휴게소에서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딱 12시 40분이었다.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간신히 맞춰서 정신없이 카트에 올라탔다. 준비운동도 제대로 못 하고 첫 홀 티샷을 하려니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걱정부터 앞섰다. 장거리 운전 피로가 골프 스윙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바다 옆이라 바람이 심했던 강진다산베아체CC에서의 첫 라운드
강진다산베아체CC는 바다가 바로 옆에 펼쳐져 있어서 경치는 확실히 눈이 시원해지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바닷가 특유의 바람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어댔다. 가뜩이나 요즘 드라이버 샷이 흔들려서 고생하고 있었는데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니 공이 하늘로 치솟다가 제자리로 뚝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까지 목격했다. 캐디분은 친절하게 바람 방향을 봐주며 클럽을 넉넉하게 잡으라고 조언해 주셨지만,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예전에 갔던 내륙 골프장들은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덜했는데, 여기는 탁 트인 바다라 구질이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해저드로 직행했다. 첫날은 18홀을 어떻게 돌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챙겨간 골프공만 한 더즌 가까이 잃어버린 것 같다.
패키지에 포함된 리조트 숙소와 애매했던 저녁 식사 해결
첫날 라운드가 끝나고 골프 패키지에 묶여 있던 자체 골프텔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방 내부 시설은 깔끔하고 괜찮았는데, 주변에 도보로 갈 만한 편의시설이 너무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간단히 맥주라도 한잔하거나 저녁을 먹으려면 차를 타고 읍내까지 15분 이상 다시 나가야 했다. 다들 장시간 운전에다가 강풍 속에서 18홀을 도느라 완전히 방전된 상태라 다시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결국 리조트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는데, 메뉴 선택의 폭도 좁고 가격 대비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2박 3일 골프여행을 오면 저녁에 지역 맛집도 다니고 여유를 즐길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다들 밤 9시가 되자마자 곯아떨어지기 바빴다.
이틀 연속 라운드가 체력적으로 이렇게 힘들 줄은
둘째 날은 아침 7시 40분 티오프였다. 찌푸둥하고 뻐근한 몸을 억지로 이끌고 다시 필드로 나갔다. 어제보다는 바람이 잦아들었지만, 허리와 허벅지 근육이 뭉쳐서 스윙 궤도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18홀을 도는 일정이 삼십 대 후반을 넘어선 체력에 얼마나 큰 부담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평소에 일주일에 한 번씩 스크린골프나 치고 가끔 9홀 골프장 같은 곳에서 가볍게 몸을 풀던 습관으로는 이런 연일 라운드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동반자 녀석들도 전반 홀이 끝나갈 때쯤에는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었고, 카트에서 내려 공을 찾아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서로 샷이 잘 맞았을 때 외쳐주는 추임새에도 영혼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다음에는 그냥 가까운 곳으로 다녀오는 게 나았을지도
마지막 날 일정을 다 마치고 짐을 정리해 차에 실은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훨씬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올라오는 내내 조수석과 뒷좌석 친구들은 갉아먹은 체력을 회복하느라 잠에 취해 있었고, 나도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운전하느라 애를 먹었다. 멋진 풍경을 보며 라운드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왕복 이동 시간에 쏟는 에너지와 연달아 쳐야 하는 골프의 노동 강도를 감안하면 차라리 수도권 근처 남양주가볼만한곳을 가거나 집 근처에서 쉬는 게 이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에 골프백을 세워두고 침대에 누웠는데, 다음 달에 예정된 주말 라운드 약속을 취소하고 그냥 푹 쉬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강진까지 운전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네요. 특히 새벽부터 시작해서 4시간 반이나 운전하는 건 체력적으로 상당했을 것 같아요.
강진까지 운전하느라 고생 많았네요. 특히 장거리 이동에 체력 소모가 크다는 점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