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프연습장 의자를 바꾸고 나서 생긴 소소한 변화들

동네 골프연습장 의자를 바꾸고 나서 생긴 소소한 변화들

골프연습장 구석진 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낡은 의자들

다니는 골프연습장이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타석 매트가 낡아서 교체하는 김에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바꾼 것 같은데, 막상 가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엉뚱하게도 대기실 의자였다. 기존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낡은 병원 소파 같은 게 놓여 있었다. 색깔도 바래서 군데군데 얼룩이 진 가죽 소파였는데, 그게 운동하러 와서 잠깐 앉아있기엔 꽤나 찝찝했던 게 사실이다. 운동복을 입고 거기 앉으면 괜히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웬만하면 서서 휴대폰을 보곤 했다.

이번에 새로 바뀐 건 2인용 등받이 없는 의자 몇 개랑 접이식 벤치 몇 개였다. 처음엔 솔직히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 왜 굳이 등받이도 없는 걸 갖다 놨을까 싶었다. 등받이가 있어야 허리를 기대고 쉴 텐데, 공간 효율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테리어 분위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금 불편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일주일 정도 다녀보니 이게 또 묘하게 적응이 된다.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늘어져 있지 않아서 회전율이 빨라진 느낌이랄까. 괜히 헬스장에 있는 의자처럼 딱딱한 재질이 아니라 적당히 쿠션감이 있어서 앉았을 때 금방 엉덩이가 아프지는 않다.

대기 시간의 애매함과 그 짧은 휴식의 무게

골프연습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참 애매하다. 타석이 꽉 차서 한 15분, 길게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어디에 앉아있을지가 늘 고민이었다. 예전 소파는 너무 푹신해서 한번 앉으면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냥 멍하니 안마의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사실 연습장 대기실에 안마의자가 있으면 누군가 한 번 앉아서 2시간씩 자리를 비우지 않고 ‘멍 때리기’를 할 것 같아서 그건 그거대로 문제일 거다.

새로 바뀐 의자들은 적당히 불편해서 좋다. 가방을 발밑에 두고, 물병을 옆에 두고 앉아 있다 보면 딱 순서가 돌아온다.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검색해보니 로비 쇼파나 카페 의자로 쓰이는 제품들이 보통 개당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인 것 같더라. 연습장 사장님이 큰맘 먹고 바꾼 것 같긴 한데,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땀 흘리는 사람들이 맨날 앉아 있다 보면 가죽이 금방 갈라지거나 오염될 텐데, 그런 관리를 어떻게 할지 내가 다 걱정이다.

체육관 매트와 어우러진 차가운 인테리어의 현실

연습장 한쪽에는 체육관 매트가 깔려 있어서 스윙 연습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게 해놨다. 문제는 의자랑 매트가 만나는 지점이다. 의자 다리가 매트 위로 올라가면 매트가 움푹 파이는데, 그게 은근히 신경 쓰인다. 미관상으로도 별로고, 나중에 매트를 다 들어내면 바닥이 엉망일 것 같다. 사장님이 이걸 계산하고 배치한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리가 없는 일체형 벤치를 썼으면 더 나았을 텐데.

어쩌면 그냥 보여주기식 인테리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요즘 새로 생기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들 보면 무슨 호텔 로비처럼 꾸며놓지 않나.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높아졌나 싶기도 하다. 사실 그냥 튼튼하고 닦기 편하면 그만인 게 골프연습장 의자인데, 나는 왜 이렇게 디자인 따지고 불편함을 찾는지 모르겠다.

굳이 더 좋은 것을 기대하게 되는 마음

사실 대전 어디 쪽 연습장들은 조명이나 냉난방까지 엄청 신경 써서 쾌적하다는 평을 보기도 했다. 우리 동네 연습장은 그런 곳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에 의자를 바꾼 것도 어쩌면 늦은 감이 있는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계속 남는다. 등받이 없는 의자가 2인용이라서 옆 사람과 은근히 신경전이 벌어질 때도 있다. 덩치 큰 사람 둘이 앉으면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데, 그럴 때마다 괜히 뻘쭘해져서 빨리 내 순서가 되길 바란다.

다음에 또 바꾸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더 공간을 넉넉하게 써줬으면 좋겠다. 의자 개수를 줄이더라도 개인 공간이 확실히 분리된 의자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그래도 예전 그 얼룩진 소파보다는 백배 낫다. 매일 연습장을 오가며 앉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오늘도 내가 연습하는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 이게 과연 사치인지 아니면 당연한 기대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댓글 4
  • 사진에서 보니까 의자 때문에 오히려 연습장 분위기가 더 깔끔해진 것 같아요. 저는 앉아서 기다리는 게 좀 불편해서 휴대폰만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 대기 의자 때문에 휴대폰 보면서 서야 했던 경험, 공감합니다. 개인 공간이 분리된 의자가 있다면 훨씬 편할 것 같아요.

  • 새 의자 때문에 오히려 더 신경 쓰이네요. 특히 운동하면서 땀 흘리고 나서 앉아야 한다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 처음엔 정말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행동이 바뀌어서 회전율이 빨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굳이 인테리어를 바꾸지 않아도 효과가 있을 수 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