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공원이 점점 파크골프장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주말에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보면 풍경이 예전이랑 확실히 다르다. 동네 근린공원은 원래 아이들 뛰어놀고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그런 공간이었는데, 요즘은 아침 7시만 넘어도 파크골프채를 들고 모여드는 어르신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운동하시니 좋네’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매주 반복되니까 좀 묘한 기분이 든다. 어제는 집 근처에 88억 원이나 들여서 만든 테마공원이 사실상 파크골프장으로 무단 점령당했다는 뉴스를 봤다. 진도 쪽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우리 동네도 남 일 같지가 않다. 그냥 걷고 싶은데 공 전체가 파크골프장이 되면 어디로 가야 하나 싶다.
피닉스파크 느낌을 내보려다 장비 비용에서 멈췄다
한번은 지인이 파크골프가 요즘 진짜 재미있다고, 피닉스파크 같은 곳에서 제대로 치면 기분이 날아간다고 해서 살짝 솔깃했다. 솔직히 나도 나이가 드니까 일반 골프는 체력적으로 부담스럽고, 적당히 걸으면서 하는 스포츠가 끌리긴 하더라. 그래서 인터넷으로 파크골프채 가격대를 좀 알아봤는데, 입문용 세트가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싼 건 몇십만 원이면 사지만, 또 고밀도 인조잔디 위에서 제대로 된 타구감을 느끼려면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한 것 같더라. 야광공 같은 액세서리들도 꽤 많던데, 그거 다 챙기기 시작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까 봐 일단 참았다. 사실 인조잔디 관리 상태가 구장마다 제각각이라, 비싼 채를 들고 가도 엉망인 바닥에서 치면 다 소용없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관리 인력은 부족하고 갈등은 계속되고
뉴스를 보면 하루에 4,000명씩 몰리는 파크골프장에 관리 인력이 10명도 안 된다는 기사가 뜬다. 이러니 잔디 상태가 온전할 리가 없다. 부산 쪽이었나, 어느 기사에서 본 건데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정비하느라 문을 닫는 시설도 있더라. 방염인조잔디를 깔았네 마네 해도 결국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속도를 관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여주도시공사에서 노인회랑 손잡고 푸드트럭까지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게 정말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공원을 잠식하는 건지 헷갈린다. 야구장 인조잔디 보수하거나 야구 그물망 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파크골프 관련 예산은 어디서 그렇게 잘 나오는지 가끔은 의아하다.
포항과 창원까지 찾아다니는 열정은 없는데
지인들은 주말마다 포항 파크골프장이다, 창원 어디 구장이다 하면서 원정을 다니던데 나는 사실 거기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 그냥 집 근처에서 가볍게 치고 싶은 건데, 이미 자리는 다 차 있고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스크린골프장처럼 예약을 시스템화해 놓은 곳도 있지만, 아직은 지자체 운영 구장이 많아서 그런지 현장 접수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한번은 운 좋게 자리가 나서 들어가 봤는데, 앞 팀이 너무 느려서 18홀 도는 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뒷사람들 눈치 보이는데 앞사람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니, 이게 운동인지 고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집 근처 공원에서 걷기만 하는 현실
아무래도 당분간 파크골프는 안 할 것 같다. 장비 사는 것도, 구장 예약하는 것도,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도 지금 나에게는 피로도가 너무 높다. 그냥 조용히 공원 구석에서 걷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파크골프장이 점점 늘어나서 잔디가 다 닳아버린 흙바닥을 보면 왠지 씁쓸하다. 이게 스포츠의 대중화인지, 아니면 그냥 공간의 독점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공원에 나가면 사람들이 더 늘어있을까 봐 벌써 걱정이 된다. 그냥 예전처럼 한가로운 공원이 가끔은 그리울 뿐이다.
88억 원 공원이 파크골프장이라니, 정말 안타깝네요. 비슷한 경우도 종종 보이니까 관리 방향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집 근처 공원 걷는 게 진짜 편하네요. 파크골프장 원정 다니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힘든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