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아이언 세트를 사러 갔다가 엉뚱한 것만 잔뜩 들고 왔다

중고 아이언 세트를 사러 갔다가 엉뚱한 것만 잔뜩 들고 왔다

골프 입문한다고 설레발치던 지난달의 나

솔직히 골프를 제대로 시작할 마음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남편 친구들이 파크골프니 뭐니 하면서 주말마다 사라지는데, 나만 집에 있는 것도 좀 심심하고. 그냥 적당히 남들 하는 거 따라 해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예전에 쓰던 낡은 골프채가 창고에 박혀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걸 꺼내 써보려니 그립이 다 삭아서 가루가 떨어지더라. 도저히 못 쓸 물건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인터넷을 뒤지다가 일단은 중고로 시작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은 중고골프채 풀세트도 꽤 괜찮은 게 많다고 해서, 괜히 새것 사서 돈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골프프렌드 화명점까지 굳이 차를 몰고 간 이유

집 근처에도 작은 연습장은 있는데, 거기는 대여용 클럽 상태가 영 별로였다. 그래서 좀 규모가 있는 곳을 찾다가 골프프렌드 화명점까지 다녀왔다.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주말 오후였는데 주차장에 차가 꽤 많아서 놀랐다. 들어가자마자 빽빽하게 꽂혀 있는 중고 드라이버랑 아이언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사실 봐도 뭐가 좋은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냥 적당히 유명한 브랜드 이름만 들어봤지, 나한테 맞는 샤프트 강도가 뭔지 알 턱이 없다. 직원분한테 대충 ‘입문용으로 쓸 만한 중고 아이언 추천 좀 해주세요’라고 말해놓고는, 정작 내 눈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중고 골프백들이 알록달록하게 쌓여 있는 걸 보니, 골프채보다 가방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참 우습기도 하고.

생각보다 비싼 중고 클럽 가격에 당황했다

가기 전에는 한 20~30만 원이면 괜찮은 중고 골프채 풀세트를 하나 맞출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막상 가격표를 확인해보니 상태 좀 괜찮아 보이는 아이언 세트만 해도 40만 원을 훌쩍 넘더라. 드라이버까지 따로 사고 퍼터까지 맞추면 결국 100만 원 가까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왠지 새것 사는 거랑 별반 차이도 없을 것 같아서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괜히 욕심부리다가 몇 번 치지도 않고 창고행이 되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직원은 친절하게 이것저것 권해주는데, 사실 들고 휘둘러봐도 묵직하기만 하고 뭐가 좋은 타구감인지 전혀 감이 안 왔다. 그냥 ‘아, 이게 골프채구나’ 싶을 뿐이었다.

신발털이개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신발털이개였다. 야외 골프연습장 다니는 친구가 이거 없으면 차에 흙 다 묻는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골프채도 안 골랐는데 엉뚱하게 이런 잡동사니부터 손에 들고 서 있는 꼴이 참 웃기다. 중고 아이언은 결국 결정을 못 하고 그냥 나왔다. 40만 원을 덜컥 쓰기에는 오늘 내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서. 그냥 조금 더 고민해보고, 다음 주쯤에 다시 올까 생각 중이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쓸데없는 용품이나 사들이지 않으면 다행이지.

앞으로 다시 고민해야 할 시간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과연 이 무거운 골프백을 들고 필드까지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골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데, 나는 지금 장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중고골프채 시장이 활발하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뛰어드니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다. 결국 오늘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당장이라도 다시 가서 저번에 봤던 그 아이언 세트를 가져와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긴다. 아마 조만간 다시 화명점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정말 마음 단단히 먹고 골프채를 들고 나와야 할 텐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댓글 4
  • 신발털이개는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네요. 야외 연습장에서 흙 때문에 고생하는 친구를 생각하니, 저도 그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중고 아이언 상태 확인하는 거 정말 중요하네요. 제가 얼마 전에 비슷한 경험했는데, 막상 사놓고 치다 보니까 헤드 무게 때문에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결국 다시 팔았거든요.

  • 중고 아이언 세트 가격 생각보다 훨씬 비싸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는데, 결국 새 거나 더 좋은 걸로 그냥 넘어갔어요.

  • 중고 아이언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데, 그립도 낡아서 정말 사용하기 어려워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