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 따라 낙동강변 대구파크골프장에 처음 가보게 된 계기
주말 아침부터 부모님이 갑자기 파크골프를 치러 가자고 하셨다. 보통 주말 아침에는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쉬는 편인데, 부모님이 워낙 요즘 파크골프에 푹 빠져 계셔서 거절하기가 좀 애매했다. 대구 낙동강변 근처에 위치한 대구파크골프장으로 차를 몰고 향했다. 아침 8시인데도 진입로 초입부터 이미 주차된 차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서 적당한 자리를 찾느라 한참을 돌았다. 날씨는 약간 쌀쌀했고 강바람이 불어서 겉옷을 두껍게 입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평소에 가끔 가던 일반 골프연습장과는 분위기가 아주 딴판이었다. 뭐랄까, 동네 유원지나 등산로 입구 같은 느낌도 나면서 다들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 삼삼오오 모여 계셨다. 부모님은 이미 익숙한 듯 개인 장비를 챙기셨고 나는 낯설고 어색해서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긴 한데 정돈된 페어웨이 느낌보다는 동네 큰 공원에 잔디를 짧게 깎아놓은 모양새에 가까웠다.
생각보다 복잡했던 현장 대기 시스템과 예약 방법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현장의 대기 시스템이었다. 요즘은 웬만한 스포츠 시설들이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여기는 아침에 선착순으로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거나 접수대 앞에 줄을 서야 했다. 심지어 대기 시간만 거의 1시간 반에 달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왔는데도 이미 대기 순번이 저 멀리 밀려나 있었다. 하염없이 대기하는 동안 부모님은 근처에서 만난 동네 이웃분들과 끊임없이 안부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으셨고, 나는 바람을 피할 마땅한 쉼터도 없어서 컨테이너 옆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왜 굳이 주말 아침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길바닥에서 기다리며 허비해야 하는지 슬슬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워낙 설레하시는 표정을 짓고 계셔서 겉으로 짜증을 낼 수도 없었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묵묵히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일반 골프채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파크골프 장비 고르기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가져오신 장비들에 눈길이 갔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달리 클럽을 딱 한 자루만 사용한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같은 복잡한 장비 구성이 없으니 간편해 보이긴 했다. 부모님이 장만하신 채는 한국파크골프 제품이었는데 헤드 부분이 단단한 나무 뭉치처럼 생겨서 꽤 묵직했다. 내가 이전에 골프채 피팅샵에서 구경했던 투어에이디 샤프트의 유연하고 매끈한 카본 느낌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투어에이디 샤프트 특유의 탄성에 익숙했던 터라, 이렇게 투박하고 단단한 나무 막대기 같은 채로 공을 쳐서 제대로 날아갈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가격을 여쭤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입문용 저가 브랜드도 수십만 원을 호가하고, 부모님이 들고 계신 조금 쓸만한 고급형 모델은 대략 120만 원에서 150만 원 선이라고 하셨다. 여기에 전용 가방인 파크골프백과 전용 볼까지 구매하면 지출이 꽤 커진다. 일반 골프 풀세트를 맞추는 비용에 비하면 저렴할지 몰라도 단순한 구조의 채 하나 가격 치고는 꽤 비싸게 느껴져서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막상 필드에 나가서 마주한 룰의 번거로움과 어색함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코스에 들어섰다. 첫 홀 티박스에 서니 그냥 바닥에 박혀 있는 작은 고무 티 위에 주먹만 한 플라스틱 공을 올려두고 치는 방식이었다. 드라이버 샷처럼 시원하게 공이 공중으로 붕 뜨는 게 아니라, 잔디 위를 낮고 강하게 굴러가도록 치는 것이 핵심이었다. 힘 조절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첫 샷부터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홀컵의 크기가 일반 골프장보다 훨씬 커서 대충 쳐도 쉽게 들어갈 줄 알았는데 잔디의 경사와 흙바닥의 미묘한 굴곡 때문에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홀 주변에서 뒤 대기 팀의 어르신들이 쳐다보고 계시니 묘하게 눈치가 보이고 몸이 굳어졌다. 코스 경계를 표시하는 붉은색 OB 선을 조금만 벗어나도 벌타를 받아야 해서 신경이 꽤 쓰였다. 공이 경계 밖 덤불로 들어갈 때마다 허리를 숙여 공을 꺼내오는 것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꽤나 귀찮고 땀이 났다.
동네마다 미묘하게 다른 파크골프장 이용 규칙들
9홀을 돌고 잠시 쉴 때 부모님이 다른 지역 구장들의 규칙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파크골프장마다 로컬 룰이 워낙 제각각이라 낯선 곳에 가면 당황하기 십상이라고 하셨다. 대구 내에서도 어떤 곳은 주소지가 해당 구로 되어 있는 주민만 입장이 가능하고, 타 지역 사람은 추가 요금을 내거나 주말 입장을 아예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폐쇄적인 운영 방식 때문에 외지인들과 관리자 간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신 모양이다. 또한 구장마다 진행 속도를 독촉하는 어르신들이 있거나, 동반자들끼리 룰 적용을 두고 옥신각신 다투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왔다. 누구나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동네 스포츠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와서 겪어보니 이용자들 사이의 미묘한 텃세나 지역별로 다른 규정들 때문에 처음 진입하는 초보자들에게는 그리 친절한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비를 사고 나서도 계속 드는 몇 가지 의문점
주말 한낮의 라운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온몸이 찌뿌둥했다. 부모님은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개운하다고 만족스러워하셨지만, 나는 장비를 새로 장만하고 싶은 생각은 싹 사라졌다. 부모님이 내 몫으로 채를 하나 사주겠다고 권유하셨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집 베란다나 차 트렁크에 부피가 큰 파크골프백을 보관하는 것도 공간을 차지해서 귀찮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그 지루한 아침 대기 시간을 매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요즘 도심 곳곳에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장도 생긴다고 하니 굳이 매번 뙤약볕을 쬐며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실내가 덜 번거롭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부모님이 노년에 이웃들과 어울려 소일거리를 찾으신 건 다행이지만, 내가 이 취미를 깊이 이해하고 즐기기에는 아직은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파크골프장마다 규칙이 너무 달라서, 처음엔 좀 당황하더라구요. 특히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은 더 어려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