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그립 잡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아이언 그립 잡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연습장 등록하고 3개월은 거의 나가기만 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처음 평촌에 있는 골프 연습장을 등록했을 때만 해도 퇴근하고 매일 들러서 땀 흘리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한 달 비용으로 15만 원 정도를 결제했으니 열심히만 하면 본전은 뽑겠지 싶었는데, 사실 연습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왜 그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면 장땡이라 생각해서 대충 골랐는데, 막상 가보니 옆 타석 사람들의 공 치는 소리가 너무 커서 기가 죽기도 하고, 가끔은 누가 내 자세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괜히 어색하게 헛스윙을 몇 번 더 하게 된다.

아이언 그립은 매번 잡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프로님이 처음 가르쳐준 그립 잡는 법을 분명히 머리로는 기억하고 있는데, 막상 공 앞에 서면 손가락이 제멋대로 노는 것 같다. 오른손을 살짝 덮어야 한다는데, 자꾸 힘이 들어가서 손목이 뻣뻣해지고 그러다 보면 공은 여지없이 오른쪽으로 튀어 나간다. 옆 타석에 계신 분은 한 손으로도 공을 예쁘게 날리던데, 왜 나는 두 손을 다 써도 정타를 맞추기가 힘든 건지. 레슨을 받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레슨이 끝나고 혼자 공을 치기 시작하면 10분 만에 다 까먹어버린다.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괜히 장갑을 벗었다 꼈다 반복하는 나 자신이 좀 답답하다.

퍼팅 레슨까지 받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이언이 안 되니까 도피처로 퍼팅을 잡았다. 골프 숏게임이 중요하다는 건 어디서 주워들어서, 퍼터 레슨도 슬쩍 문의해봤다. 그런데 막상 퍼팅 연습장 구석에 서 있으니 이건 또 다른 세계였다. 거리 조절은 고사하고 일단 공을 똑바로 보내는 것부터가 일이다. 평소에 땀 흘리며 스트레스 풀려고 시작한 운동인데, 왜 여기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에 친구들이랑 스크린 골프 치러 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신경 쓸 게 늘어나서 오히려 공을 치기가 더 무서워지는 느낌이다.

여의도 쪽에서 받아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주변에서는 여의도에 있는 스튜디오가 더 체계적이라느니, 거기는 레슨비가 좀 더 비싸도 확실히 다르다느니 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다니는 평촌골프연습장도 시설은 깔끔하고 좋은데, 내 실력이 제자리걸음이라 괜히 장비 탓, 장소 탓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문제는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건데 말이다. 프로님은 자꾸 기본기를 강조하시는데, 그 기본기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건지 가늠이 안 된다. 매일 30분씩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퇴근하고 나면 침대가 나를 부르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일은 그냥 마음 비우고 휘두르러 가야지

골프가 평생 운동이라는데, 지금 이렇게 낑낑대는 게 다 과정이려나. 무언가 하나를 제대로 배우는 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낀다. 예전에는 그냥 ‘운동하러 가자’ 하고 갔다면, 이제는 ‘가서 또 지적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물론 지적을 받아야 느는 거겠지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귀찮고 피곤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끊어놓은 이용권은 남아있고 내 손에는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했는데. 내일은 연습장에 가서 무리하게 자세 교정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공이 맞는 타격감이나 좀 즐기다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