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키에 맞추는 게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인가
주말에 큰맘 먹고 아이 골프 연습 좀 시켜보겠다고 장비를 알아봤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중고로 아무거나 사주면 되겠거니 싶었는데, 이게 영 쉬운 일이 아니더라. 주위에 물어보니 다들 US키즈골프를 한 번씩은 거쳐 가는 분위기였다. 막상 매장에 가서 실물을 보는데, 무슨 종류가 그렇게 세분화되어 있는지 깜짝 놀랐다. 키가 1cm 단위로 갈리는데, 우리 애는 그 경계선에 걸쳐 있어서 뭘 사야 할지 한참을 서 있었다. 점원이 와서 스윙을 한번 해보라고 하는데, 애가 휘두르는 폼이 영 어설프니 맞는 채가 뭔지도 가늠이 안 되는 거다. 결국 그냥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벌써부터 의문이다. 괜히 돈만 날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챙겨야 할 게 골프채만은 아니더라
골프백도 문제였다. 아이가 직접 들고 다니기엔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바퀴 달린 골프백을 찾아봤다. 요즘 나오는 것들은 무슨 캐리어처럼 생겨서 끌고 다니기 편해 보이긴 하더라. 근데 막상 연습장에 가져가니 애가 골프 치는 시간보다 그 백 끌고 돌아다니면서 노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연습장 구석에 세워두는데 자꾸 옆으로 쓰러져서 다시 세우느라 내가 더 바빴다. 나중에 보니까 에코캐디백 같은 것도 있던데, 그런 걸 샀으면 좀 더 가벼웠을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금방 크면 다 바꿔야 하는 것들인데 너무 새것에 집착했나 싶은 마음도 든다. 어제는 연습장 갔다가 애가 백 끌고 가다 손잡이를 툭 쳤는데, 그게 또 고장 날까 봐 가슴이 철렁했다.
스윙 연습은 뒷전이고 자꾸 딴짓만 한다
군산 쪽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가끔 이용하는데, 거기서 애들 레슨받는 거 보면 다들 진지하게 하더라. 우리 애는 자꾸 옆에서 같이 연습하는 형들 노는 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선생님이 뭐라 해도 그때뿐이고, 5분 치고 10분은 딴짓이다. 이게 30분 레슨에 대략 5만 원 정도인데, 효율로 따지면 진짜 남는 게 없는 장사다. 물론 운동 시키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데리고 다녀야 하나 싶은 순간이 문득문득 찾아온다. 어떤 날은 가기 싫다고 떼를 써서 한 시간 동안 실랑이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그때 기름값이며 시간이며 생각하면 진짜 허탈하다.
비싼 장비는 정말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그라파이트디자인 샤프트니 뭐니 하면서 좋은 거 쓰던데, 아이용도 그런 게 중요한지 궁금하긴 하다. 물론 아직 애한테 그런 고급 장비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괜히 좋은 채 잡으면 자세가 좀 더 잘 나올까 싶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골프 브랜드에서 AI로 장비 추천해 준다는 광고를 봤는데, 과연 그게 아이들 스윙 특성까지 제대로 잡아줄지 의문이다. 사실 실력이 문제지 장비가 문제겠냐 싶으면서도, 막상 매장 가서 이것저것 만져보면 사람 욕심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좀 더 좋은 브랜드 클럽을 쥐여주면 아이가 더 재미를 붙일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희망을 자꾸 가지게 된다.
결국은 그냥 꾸준히 하는 게 제일 힘들다
골프라는 게 원래 혼자 하는 운동이라 그런지, 아이도 금방 지루해하는 것 같다. 친구들이랑 같이 하거나 좀 더 재밌는 요소가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연습장 분위기는 너무 정적인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벌써부터 관두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내 장비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애 장비까지 챙기려니 가끔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 그래도 가끔 공을 제대로 맞혀서 ‘깡’ 소리가 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니, 당분간은 그냥 계속 다녀볼 생각이다. 이게 나중에 아이한테 도움이 될지, 아니면 그냥 내 만족으로 끝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일단은 다음 연습 예약이나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