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골프 처음 시작한다고 깝치다가 된통 당한 이야기

용산에서 골프 처음 시작한다고 깝치다가 된통 당한 이야기

처음 골프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다. 퇴근길에 용산 근처를 지나다 보면 골프백을 메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멋져 보이던지. 나도 저 대열에 합류하면 좀 더 세련된 직장인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얕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용산역 근처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몇 군데 둘러봤는데,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그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에 살짝 주눅이 들더라.

덜컥 등록부터 한 골프 아카데미

사실 상담을 받을 때도 내가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여기서 하면 잘 가르쳐주나요?’ 같은 초보티가 팍팍 나는 질문만 던졌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한 곳은 GDR 골프 연습장이었는데, 시설이 깔끔하고 기계가 많아서 왠지 여기서 하면 금방 실력이 늘 것 같았다. 레슨 비용은 3개월에 80만 원 정도였나, 솔직히 처음에 결제할 때는 손이 좀 떨렸지만 ‘이게 다 나를 위한 투자지’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근데 막상 첫날 가서 7번 아이언 잡고 휘둘러보는데, 공은 커녕 빈 스윙만 하다가 허리만 뻐근해져서 돌아왔다. 이게 운동인지 노동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

골프채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연습장에 등록하면 바로 공을 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레슨 프로님께서 당분간은 채를 사지 말고 연습장에 있는 하우스채를 쓰라고 하셨다. 처음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습하다 보니 옆 사람들은 다 자기만의 번쩍거리는 골프백을 가져와서 꺼내 쓰는데 나만 낡은 공용 채를 들고 낑낑거리는 게 영 모양새가 안 났다. 골프백 하나 사는 것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머리가 더 아파졌다. 중고로 살까 하다가도 용산 근처에 있는 골프샵에 가서 구경만 했는데, 가격표를 보고는 그냥 다시 연습장에 있는 하우스채를 묵묵히 들고 오게 되더라. 지금 생각하면 굳이 남들 의식해서 급하게 살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왜 나만 공이 안 맞는 건지

매일 퇴근하고 7시쯤이면 연습장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땀을 빼는데, 이게 실력이 느는 건지 퇴보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레슨을 받을 때는 프로님이 잡아주는 대로 따라 하니까 공이 툭툭 앞으로 나가는데, 막상 레슨 끝나고 혼자 연습하려고 하면 공이 산으로 가거나 바닥을 긁기 일쑤다. 옆 타석에 있는 분들은 어쩜 그렇게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공을 멀리 보내는지,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어제는 연습하다가 너무 답답해서 공을 100개도 안 치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가 왔다. 레슨 비용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내가 운동신경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더 크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

오늘도 퇴근길에 억지로 몸을 끌고 연습장에 다녀왔다. 확실히 집이나 회사랑 가까운 곳으로 잡아야 그나마 가게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다니는 곳은 걸어서 10분 거린데도 가끔은 그 10분 걷기가 왜 그렇게 귀찮은지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이제 레슨 좀 받았으니 스크린 골프장에 가보라고 하는데, 내 실력에 스크린 가서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용산 일대에 스크린 골프장도 많다는데 아직은 거기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 그냥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기계 앞에서 공만 치고 오는 게 내 골프 생활의 전부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쳐야 만족스러운 샷이 나올지, 아니 애초에 만족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공이 제대로 맞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일도 똑같이 헛스윙만 할까 봐 벌써부터 조금 짜증이 난다.

댓글 4
  • 저도 비슷한 경험 한 적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장비 때문에 너무 고민했는데, 결국 연습장 채로 돌아가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공이 커녕 빈 스윙만 하던 모습이 딱 그랬어요. 연습장 분위기가 처음 골프를 접했을 때의 기대와는 너무 달라서요.

  • GDR 연습장 시설은 좋았는데, 초반에 자세가 완전히 엉망이 되더라고요.

  • 골프백 무게 때문에 낑낑거려서 좀 그랬어요. 연습장 분위기도 처음엔 부담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