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
사실 파크골프라는 게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채로 시작했다. 주말에 집 근처 강변 산책로를 걷다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꽤 큰 공을 치고 있길래 그냥 족구장이나 게이트볼장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골프랑 비슷하면서도 뭔가 훨씬 느긋해 보였다. 옆에서 구경하던 동네 어르신이 요즘 창원 파크골프장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이게 나이 들어서 하기 딱 좋은 운동이라고 하셨다. 그냥 가볍게 들은 말인데 이상하게 그날 저녁부터 계속 생각이 났다. 헬스장 끊어놓고 일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나한테는 차라리 이런 야외 운동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다.
무작정 용품부터 샀다가 겪은 당혹감
뭐든 시작하려면 장비부터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 봤는데, 가격대가 생각보다 천차만별이었다. 대충 레저로 브랜드 입문용 세트가 20만 원 중반대였던 것 같은데, 일단 싼 것부터 사서 굴려보자는 마음으로 결제했다. 파크골프 허리색이랑 공집게도 필수라고 해서 같이 샀는데, 막상 배송된 걸 보니 생각보다 짐이 꽤 많았다. 특히 공집게는 이게 과연 쓸모가 있을까 싶었는데, 필드에 나가보니까 허리 구부리는 게 영 쉽지 않아서 결국 나중에는 필수가 되더라. 며칠 동안 거실에서 퍼팅 매트 깔아놓고 연습하다가 층간소음 때문에 아랫집 눈치가 보여서 바로 치웠다.
실전 필드에서의 어색한 시간
처음으로 파크골프장을 찾아갔을 때의 그 뻘쭘함은 잊을 수가 없다. 다들 노련하게 채를 휘두르는데 나만 괜히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잔디매트 위에서 연습할 때랑은 공의 구름이 완전히 달랐다. 여기는 관리 상태에 따라 잔디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해서 공이 생각보다 훨씬 안 굴러가는 곳도 있었다. 9홀 정도 도는 데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는데, 뒤에서 기다리는 팀들이 보이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제대로 치지도 못했다. 옆 사람들은 공이 멀리 날아가서 시원하게 웃는데, 나는 벙커에 빠진 공 꺼내느라 허리만 계속 숙였다 폈다 했다. 땀은 땀대로 나고 몸은 몸대로 쑤셔서 집에 갈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은 야외 환경
운동하러 가서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었던 게 화장실 위치였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곳이라 그런지 공중화장실이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라운딩 도중에 급하면 진짜 난감하다. 그리고 바람 부는 날은 진짜 곤혹이다. 처음에는 그냥 골프랑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바람에 따라 공이 휘어지는 정도가 달라서 계산할 게 많았다. 어르신들은 바람 부는 날도 익숙하게 잘 치시던데, 나는 공이 엉뚱한 풀숲으로 들어가서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야구 그물 같은 게 쳐진 곳은 그나마 공이 덜 도망가는데, 탁 트인 곳에서는 공 찾는 게 운동량의 절반은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이게 내 적성에 완벽하게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매일 가야지 했는데, 막상 땡볕 아래서 몇 번 돌고 나니 피부도 다 타고 몸도 피곤해서 며칠은 쉬게 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골프존 같은 데서 창업 비용이 얼마니 하는 뉴스도 보이던데, 개인이 매번 필드 나가서 이용료 내고 용품 유지보수하는 비용도 합치면 생각보다 꽤 들어간다.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두기엔 이미 사놓은 장비들이 아깝고, 어쩌다 한번 잘 맞아서 공이 홀컵으로 쏙 들어갈 때의 그 묘한 쾌감 때문에 또 가게 된다. 어제도 나갔다 왔는데, 오늘도 날씨가 좋으니 한번 가볼까 하다가도 그냥 거실에서 낮잠이나 잘까 고민만 백 번 하는 중이다.
공이 풀숲으로 가는 게 정말 재밌게 느껴지네요. 엉뚱한 곳에서 공을 찾아서 헤매는 모습이 묘하게 귀여웠어요.
공중화장실 위치 때문에 정말 골치아프셨겠네요. 저도 처음엔 골프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