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채를 고르다가 유튜브 영상만 세 시간째 보고 있다

파크골프채를 고르다가 유튜브 영상만 세 시간째 보고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지면서 동네 어르신들이 아침마다 공원으로 나가시길래 뭔가 했더니 파크골프였다. 처음엔 그냥 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 공이나 톡 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판이 크다. 근처 파크골프용품점에 한번 구경이라도 가볼까 해서 들어갔더니, 가격대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해서 당황했다. 싼 건 2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데, 좀 괜찮다 싶은 것들은 100만 원을 훌쩍 넘어가더라. 점원분은 미즈노 HF03이랑 HF03GF의 차이를 설명해주시는데, 글라스 파이버가 어쩌고 탄성이 저쩌고 하는 소리가 귓가에서 겉돌았다. 그냥 공만 잘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기왕 사는 거 비거리 잘 나온다는 게 나아 보이고 고민이 길어졌다.

집안 한구석에 쌓여가는 짐들

예전에 골프 처음 시작한다고 덤볐다가 중고로 JPX850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투어AD 샤프트가 좋니 어쩌니 하면서 공부를 엄청 했는데, 결국 몇 달 연습장 끊어놓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 처분했다. 지금 파크골프채를 보고 있자니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볼빅 파크골프공은 또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노란색 공이 눈에 잘 띈다길래 그것만 보면 되나 싶다가도 막상 매장에 진열된 공들을 보니 결정장애가 온다. 골프공 공급기까지 집에 설치할 건 아닌데 말이다.

실내 연습장은 대기 시간이 길다

대구 쪽 파크골프 레슨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없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이미 동네 분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단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배워야 하나 싶다가도, 아침마다 공원 나가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너무 좋아 보여서 욕심이 난다. 어떤 분은 파크골프채를 잡고 구장을 누빌 때만큼은 아픈 것도 잊는다고 하던데, 그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게 사실 좀 부럽기도 하다. 나는 아직 장비 하나 고르는 것도 이렇게 머리가 아픈데 말이다.

섣불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이유

결국 고민만 하다가 빈손으로 나왔다. 신월 쪽 임시 파크골프장도 연말이면 운영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지금 당장 사서 어디서 연습을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웅비 팔도 대회 같은 이벤트 소식을 보면 나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채부터 익숙해지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유튜브로 타격음 소리만 몇 번을 돌려 들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휘둘러봐야 감이 올 텐데, 매장에서 시타 한번 해보는 것도 왠지 눈치가 보여서 머뭇거리게 된다. 사람들은 그냥 적당한 거 사서 시작하라고 하는데, 그 ‘적당한’ 게 뭔지 여전히 모르겠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오늘도 퇴근길에 파크골프 용품점 앞을 지나치면서 창문을 슬쩍 쳐다봤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이더라. 나도 저들처럼 아무 고민 없이 채를 휘두를 수 있는 날이 올까. 지금은 그냥 가방 하나 사는 것도,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 안 할지 검색창만 붙들고 있다. 아마 다음 주가 되어도 여전히 인터넷 창 여러 개를 띄워놓고 뭐가 더 반발력이 좋은지 비교하고 있을 것 같다. 사실 장비가 문제가 아니라, 나가서 사람들과 부대낄 용기가 부족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댓글 4
  • 파크골프채 무게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장비 고를 때 비슷한 생각 했었어요.

  • 유튜브 영상 보면서 채 무게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 보니 저도 옛날에 그랬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유튜브 영상 보면서 타격 소리만 들어도 느낌이 오는지, 저도 그래봤어요. 지금은 정확히 어떤 종류가 좋을지 몰라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네요.

  • 유튜브 영상 보시는 모습 보니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채 무게 때문에 고민이 많아지는 게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