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공원에서 시작해보려다가 일이 커졌다
지난달 주말 오후, 집 근처에 있는 동탄 파크골프장에 구경을 갔었다. 날씨가 꽤 좋았는데,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공을 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갑자기 몸이 근질거리는 거다. 처음에는 그냥 며칠 대여해서 쳐보고 결정하자 싶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까 대여용 장비는 영 상태가 별로였다. 손잡이는 미끌거리고, 헤드 부분은 여기저기 찍혀 있어서 내가 공을 제대로 치는 건지 장비 탓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갔다. 그날 결국 세 시간 정도 낑낑대며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돌아오니 손바닥이 화끈거리고 허리가 살짝 뻐근했다. 그래도 뭔가 공이 딱딱 맞을 때 들리는 그 맑은 소리가 자꾸 귀에 맴돌았다.
너무 비싼 채 가격에 놀란 가슴
인터넷으로 검색을 좀 해보니 파크골프채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20만 원대 초반에서 시작하는 입문용부터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프리미엄 모델까지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피닉스 파크골프채 같은 브랜드가 무난하다는 말을 듣고 매장을 몇 군데 둘러봤는데, 점원분은 무조건 비싼 걸 써야 탄성이 좋아서 공이 멀리 나간다고 하더라. 사실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100만 원짜리 채를 덥석 살 수는 없지 않나. 결국 적당히 30만 원 언저리에서 타협을 보고 하나를 골랐는데, 막상 사놓고 보니 이게 정말 나랑 맞는 건지 확신이 안 섰다. 매장에서 칠 때는 잘 맞는 것 같았는데 막상 필드에 나가면 또 느낌이 다르다는 말이 왜 그렇게 이해가 가던지.
집 마당에 설치한 연습망의 현실
채를 사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주말만 기다리기엔 답답해서 베란다 한쪽이랑 거실 공간을 좀 치우고 작은 골프연습망이랑 인조잔디매트를 깔았다. 처음에는 야구그물망 같은 거라도 설치해서 하루에 100개씩 휘두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휘둘러보니 생각보다 채가 길고 무겁다. 거실 천장을 몇 번이나 칠 뻔하고 나니 조심스러워져서 제대로 스윙을 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층간소음 문제까지 신경 쓰이다 보니 마음 놓고 공을 칠 수가 없었다. 파크골프공 4피스짜리를 따로 사서 연습해봤는데, 좁은 공간에서 치는 거랑 넓은 잔디밭에서 치는 건 아예 다른 운동 같았다. 결국 연습망은 며칠 뒤에 구석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채 하나로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늘어나는 장비들
채 하나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제대로 된 파크골프화를 하나 사야 했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갔더니 잔디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그렇다고 너무 비싼 전문 신발까지는 부담스러워서 중간 가격대 제품을 골랐는데, 이것도 디자인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거기다 홀컵에 공을 넣고 뺄 때마다 허리를 굽히는 게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었다. 동호회 사람들은 다들 채 뒤에 달린 거나 따로 도구를 챙기던데, 나만 또 뒤늦게 그런 부속품들을 검색하고 앉아 있다. 이게 취미를 시작하는 건지 장비를 수집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아직도 적응 중인 파크골프의 세계
오늘도 동탄 파크골프장에 나갔다. 여전히 내 실력은 들쑥날쑥하다. 같이 치시는 분들은 벌써 몇 년씩 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폼이 간결하고 멋진데, 나는 아직도 채를 잡을 때마다 손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한다. 공이 의도한 방향으로 안 가고 엉뚱한 곳으로 굴러갈 때마다 옆 사람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파란 잔디 위에 서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처음 채를 샀을 때의 그 설레는 마음보다는 이제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공을 정교하게 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이 더 크다. 다음번에 나갈 때는 오늘 배운 것들을 좀 더 신경 써야 할 텐데, 아마 막상 가면 또 까먹고 그냥 대충 치고 있을 것 같다.
파크골프채 선택할 때 점원 말씀처럼 탄성도 중요하지만, 본인에게 맞는 그립 같은 걸 직접 느껴보는 게 중요하더라구요.
처음 채를 샀을 때처럼 설레는 마음이 다시 생기네요. 연습망 설치하려는 시도처럼, 처음에는 좀 과욕을 부리는 것 같아요.
처음엔 대여만 해보려했는데, 장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결국 채를 사게 됐네요. 넓은 잔디밭에서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