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만 앞섰던 거실 연습장 계획
주말마다 파크골프장에 나가는 게 일상이 된 지 꽤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공원에 있는 구장에서 몇 번 치다가 재미를 붙였는데, 요즘은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면 나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게 참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거실에 작은 연습장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거창하게 스크린골프 창업 비용을 들일 수는 없으니, 그냥 인조잔디 롤 몇 미터 사다가 깔고 퍼팅 연습이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중고 마켓에서 만난 뜻밖의 물건들
중고 골프 용품 플랫폼을 뒤적이다가 로얄미다스 파크골프채를 하나 괜찮은 가격에 발견했다. 기존에 쓰던 것보다 조금 더 손에 감기는 느낌이라 냉큼 가져왔다. 사실 파크골프채 자체가 일반 골프채랑은 공도 다르고 규격도 달라서 아무거나 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판테온 파크골프채 같은 모델도 구경하다 보니 욕심이 났다. 용품을 챙기고 나니 이제 바닥이 문제였다. 거실 바닥이 워낙 미끄러워서 인조잔디 롤을 깔지 않으면 채를 휘두를 때마다 발이 밀릴 것 같았다. 골프 매트 하나 깔고 끝내려고 했는데, 마음을 먹으니까 또 욕심이 생겨서 결국 거실 절반을 다 덮을 기세로 잔디를 주문했다.
인조잔디 깔기가 생각보다 힘든 이유
택배가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무게가 상당했다. 거실에 펼쳐보니 방 전체 규격이랑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일일이 커터칼로 재단해야 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삐끗해도 잔디 결이 이상해지고, 가루가 엄청나게 날렸다. 청소기로 몇 번을 밀었는지 모른다. 처음에 3시간 정도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모서리 맞추는 게 진짜 고역이었다. 결국 하루를 꼬박 다 써서 깔았다. 깔고 나니 그럴듯해 보이긴 하는데, 막상 퍼팅 연습을 하려니 거실 공간이 파크골프장만큼 넓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공이 자꾸 소파 밑으로 들어가서 허리를 굽히는 게 더 큰 운동이 되는 것 같았다.
파크골프장의 넓은 잔디가 그리워질 때
주중에 실내에서 혼자 연습하다 보면 문득 광주 파크골프장이나 예전에 갔던 제천의 넓은 구장이 생각난다. 화천 같은 곳은 숙박객에게 무료 개방도 해준다고 해서 조만간 한번 가볼까 싶은데, 거실에 깔아둔 인조잔디를 보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싼값에 나만의 연습장을 만들었다고 위안을 삼아본다. 다만 파크골프공이 거실 바닥에서 구르는 소리가 층간 소음을 유발할까 봐 매번 조심스럽게 치는 게 사실 조금 불편하다. 대구 파크골프장 같은 곳은 탁 트인 곳에서 치니까 마음이 편했는데, 집 안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아직 잔디 테두리를 고정하지 않아서 가끔 끝부분이 들린다. 양면테이프로 붙여볼까 하다가 나중에 이사 갈 때 떼어낼 생각 하면 앞이 캄캄해져서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 사람들이 왜 스크린골프 시설을 찾는지 알 것 같다. 집에서 하는 건 아무래도 정교한 거리감을 익히기엔 부족하다. 로얄미다스 채로 가볍게 휘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싶으면서도, 주말이 되면 또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인조잔디를 걷어내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보완해서 연습 효율을 높여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아마 다음 주말에 다시 필드에 나가면 거실 생각은 싹 잊겠지만, 다시 집에 돌아오면 또 이 잔디를 보며 한숨 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