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을 따라 얼떨결에 입문하게 된 파크골프의 첫인상
부모님이 요즘 주말마다 집을 비우시더니 결국 나까지 끌어들이셨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게이트볼 치는 것과 비슷한 줄 알고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은퇴한 분들이나 소일거리로 하는 재미없는 운동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주말 아침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짐을 싸시는 모습을 계속 보다 보니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그 좁은 잔디밭에서 공 하나 굴리는 게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저러시나 싶었다. 마침 아버지가 옛날에 쓰시던 연습용 채가 하나 남는다고 해서 나도 주말에 한번 따라나서게 되었다. 그게 피곤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가 생각보다 불타오르는 어르신들의 경쟁 열기에 먼저 압도당했다. 다들 목에 수건 하나씩 두르고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잔디를 노려보고 계시는데, 내가 함부로 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처음에 꽤나 뻘쭘했던 기억이 난다.
대구 다사파크골프장과 강원도 화천 산천어공원의 확연한 환경 차이
우리가 맨 처음 갔던 곳은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대구 다사파크골프장이었다. 거기는 낙동강 변에 넓게 조성되어 있어서 비교적 평탄하고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 대구 사람들이 워낙 파크골프를 많이 쳐서 그런지 아침 일찍 갔는데도 주차장부터 빈자리가 거의 없어서 애를 먹었다. 대구 다사파크골프장을 몇 번 가보고 조금 익숙해질 만하니, 아버지가 갑자기 진짜 파크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원도 화천으로 간다며 그 먼 곳까지 가보자고 하셨다. 화천에 있는 산천어 파크골프장이 전국적으로 그렇게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주말에 새벽 5시에 일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차를 몰아 화천까지 올라가는데, 졸음은 쏟아지고 몸은 찌뿌둥했다. 도착해서 본 화천 산천어 파크골프장은 확실히 다사파크골프장보다는 잔디 관리 상태가 푹신하고 규모 면에서 훨씬 잘 되어 있긴 했다. 북한강 바로 옆이라 경치는 그럴듯했는데, 아침 안개가 강가에 너무 자욱하게 껴서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이지도 않는 건 꽤 짜증 나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강바람이 불어서 아침에는 덜덜 떨며 쳐야 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장비 마련과 볼빅파크골프공 선택
장비도 그냥 아무거나 빌려서 대충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가 가입하신 한국파크골프 동호회 회원들이 들고 다니는 장비들을 슬쩍 보니 가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어떤 분은 세븐스타파크골프채를 쓰시는데 그게 가격이 7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셨고, 옆에 계신 다른 어르신은 로얄미다스파크골프채가 최고라며 100만 원 넘는 장비를 보여주며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골프채 하나에 무슨 그런 돈을 쓰나 싶었지만, 옆에서 아버지가 남들 채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걸 보니 결국 조만간 하나 사드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일단 나는 초보라 장비에는 큰돈을 쓰기 싫어서 인터넷으로 좀 덜 알려진 판테온파크골프 채를 검색해서 적당한 걸로 타협했다. 대신 공은 잘 굴러가는 걸 써야 한대서 볼빅파크골프공으로 몇 개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그런데 공 하나 가격도 만 원이 넘다 보니 잃어버릴 때마다 은근히 속이 쓰렸다. 특히 화천처럼 주변에 물이 많고 수풀이 우거진 코스에서는 공을 물에 빠뜨리기 십상인데, 내 소중한 볼빅 공이 강물 속으로 둥둥 떠내려갈 때의 허탈함은 지금 생각해도 짜증이 난다.
화천 부부 전국대회 예선전 구경길에 마주한 엄청난 대기 시간
마침 우리가 화천에 올라갔던 주말에 화천 부부 전국 파크골프 대회를 앞두고 예선이 한창 진행 중이거나 연습하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참가비는 인당 5,000원 수준으로 저렴한데 우승 상금이 몇 천만 원 단위라는 이야기를 듣고 왜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지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 전국에서 부부들이며 가족들이며 다 몰려들어서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한 게임 쳐보려고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데 대기 시간이 무려 1시간 40분이나 되었다. 주변에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좁은 대기실 안팎을 서성거리며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다들 장비 자랑에, 어느 구장이 잔디가 좋네 나쁘네 하는 수다를 나누시는데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경북 구미파크골프장이나 의성 비안파크골프장이 넓고 좋다는 둥, 전국 구장 계급도를 꿰고 계시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굳이 이 먼 화천까지 와서 대기실 먼지를 마시며 기다려야 하나 싶어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분위기
하루 종일 땡볕에서 공을 치고 나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셨다. 골프채 하나 들고 가볍게 걷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집중해서 18홀을 돌다 보니 은근히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벌써 다음 주에는 구미파크골프장으로 원정을 가자며 신이 나 계셨다. 심지어 아버지는 요즘 파크골프에 푹 빠지셔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보겠다며 40시간짜리 실무 연수 과정이랑 한의대학교 같은 데서 열리는 특강 정보까지 알아보고 계신다. 나로서는 이게 그 정도로 인생을 걸고 몰입할 일인가 여전히 의문이 든다. 그래도 부모님이 나이 드셔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즐거워하시니 같이 다녀드리긴 해야겠는데, 매번 이 먼 거리를 운전하고 대기실에서 시간 버리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계속 따라다녀야 할지 조금은 망설여진다. 다음 주 구미로 가자는 아버지의 제안은 아무래도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야 할 것 같다.
볼빅공 가격 때문에 속상한 마음,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특히 자연 경관 보면서 치는 파크골프장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더 답답하겠죠.
정말 공감했어요. 저도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열정에 압도되어 어쩔 줄 몰라 했거든요. 특히 새벽부터 하시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네요.
좁은 잔디밭에서 정말 격렬하셨네요. 아버지께서 파크골프에 푹 빠지시는 모습도 신기하고, 묘하게 몰입하시는 모습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