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아침에 하천변을 산책하다가 다들 열심히 파크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을 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노인분들이 소일거리로 하는 운동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가만히 지켜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진지해 보이더라. 폼도 다들 각 잡고 치시고, 공이 잔디를 가르는 소리가 꽤 경쾌해서 홀린 듯이 한참을 구경했다. 결국 그날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보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시작은 가볍게 검색창이었는데
대구 파크골프 레슨을 알아보다가 대충 입문용으로 뭘 사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뉴월드파크골프 매장에 가볼까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 로얄미다스 파크골프 채가 무난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가격대를 찾아보니 입문용이라고 해도 50만 원에서 100만 원 가까이 하는 게 수두룩했다. 렌스메이트니 뭐니 브랜드도 엄청 많아서 뭐가 뭔지 구분도 안 가고. 그냥 골프랑 비슷하겠거니 싶었는데 닥터프로엔처럼 특허받은 구조니 뭐니 복잡한 기술 설명이 나오니까 더 머리가 아팠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 너무 비싼 걸 사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너무 싼 걸 사자니 실내 골프 연습장에서 쳐봤던 그 묵직한 타격감이 안 나올 것 같아서 고민만 늘어졌다.
골프용어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연습장에 가면 골프타석매트 위에서 툭툭 치는 건 금방 익숙해질 것 같은데, 막상 필드 나가면 상황이 다르다니 겁이 좀 났다. 6월 전국대회 가이드 같은 걸 읽어보니 대회가 많아서 다들 파크골프채 경품 노리고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일단 공 맞추는 것부터가 일이다. 평택 스크린골프장 몇 군데 전화해 봐도 파크골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냥 일반 골프랑 섞어서 생각하다 보니 자꾸 혼동이 온다. 용어도 참… 뭐는 우드볼이고, 뭐는 무슨 샷이고. 그냥 채로 공을 치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용어들을 어렵게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90만 원짜리 채를 고민하게 되는 마음
어디 기사를 보니까 대회에서 골드캐슬 같은 제품을 경품으로 준다는데, 96만 4천 원짜리 채를 경품으로 내걸 정도면 대체 채 가격이 얼마나 비싸다는 건가 싶다. 내가 사려고 보는 입문용 제품이랑은 급이 다른 건가? 왠지 지금 사려는 저렴한 모델을 쓰면 대회 나갈 때 눈치 보이는 거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도 든다. 미즈노 파크골프 같은 곳은 또 프로들이랑 후원 계약 맺고 공식 등록된 채만 쓰라느니 규정이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동네에서 취미로 치는 건데 이렇게까지 장비빨이나 규정을 따져야 하나 싶어서 가끔은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결정을 미루고 다시 하천으로
오늘도 다시 하천변을 나갔다. 꽃잔디가 예쁘게 피어 있더라. 파크골프장 상태가 이대로 좋은가 싶기도 한 게, 어르신들이 치는 곳마다 잔디가 다 닳아서 흙바닥인 곳도 많았다. 이런 데서 비싼 채 들고 나가면 금방 흠집 날 것 같은데, 차라리 싼 걸 사서 막 굴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채는 안 샀다. 매장에 가서 직접 잡아보고는 싶은데, 막상 가면 이것저것 영업당할까 봐 선뜻 발길이 안 떨어진다. 오늘도 그냥 빈손으로 산책만 하고 왔다. 다음 주에는 진짜 매장에 한번 들러봐야지 싶은데, 또 안 가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 당장 채가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96만원짜리 채를 경품으로 줬다는 게 신기하네요. 저도 비슷한 가격대 때문에 고민이 많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