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 옆에 생긴 호텔토랑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

스크린골프장 옆에 생긴 호텔토랑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

운동 끝나고 배가 너무 고파서 들어갔다

최근에 집 근처에 있던 25시야구센터 자리가 조금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랑 같이 가봤다. 사실 야구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그냥 투박한 연습장이었는데 이제는 주변 상권이 좀 묘하게 변한 것 같아서 궁금했다. 연습장 옆으로 무인탁구장이랑 칼로리바 같은 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이 근처에 갑자기 ‘호텔토랑’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생긴 거다. 이름이 너무 생뚱맞아서 처음에는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일반 골목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운동 직후라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들어갔는데, 1인분에 1만 5천 원 정도 하는 메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사실 강남 같은 곳의 파인다이닝은 아니겠지만, 이름 때문에 약간 멈칫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스크린골프 매매가 활발한 요즘 분위기

식당 안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스크린골프 매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중고스크린골프 장비 가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상가를 새로 얻을 때 권리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같은 내용들이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워낙 조용한 식당이라 다 들렸다. 사실 나도 예전에 피시방 매매를 좀 알아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한때는 피시방이 정말 유행이었는데 이제는 다들 무인화 시스템으로 바뀌고, 스크린골프장이나 보드게임카페 같은 곳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 같다. 홈즈앤루팡보드게임카페 같은 곳도 예전에는 엄청 북적였는데, 요즘은 좀 덜한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토랑이라는 이름도 어쩌면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든 손님을 끌어보려고 지은 이름 아닐까 싶기도 하고.

24시간 매장과 무인 시스템의 익숙함

요즘은 어딜 가나 24시간 스마트 매장이 대세인 것 같다. 예전에는 밥스토랑처럼 사람이 직접 요리해주던 곳이 많았는데, 이제는 무선 IoT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아까 지나오면서 본 태닝나우 매장도 그렇고, 요즘은 사람 마주칠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직접 대면하고 서비스를 받는 경험이 점점 사치스러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뻔한 생각. 호텔토랑이라는 식당도 사실은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서 비용을 줄이려는 계획이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결제하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주인분이 엄청 바쁘게 움직이시는 걸 보고 그냥 무인 시스템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람이 일일이 응대하는 게 지금은 오히려 더 불편할 때가 많으니까.

이름만큼이나 묘한 정체성

음식 맛은 사실 평범했다. 딱 가격만큼 하는 정도? 근데 호텔토랑이라는 이름이 주는 그 묘한 무게감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피곤해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올 때 보니 옆에 한국파크골프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었는데, 요새는 나이대 상관없이 다들 골프에 미쳐있는 것 같긴 하다. 나조차도 여기서 밥 먹고 바로 스크린골프 치러 갈까 고민했으니까. 결국은 안 갔지만 말이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시간이 벌써 저녁 9시가 넘었다. 한 1시간 넘게 있었나 보다. 처음에 들어올 땐 배가 너무 고파서 아무 생각 없었는데, 다 먹고 나오니까 이름이 왜 호텔토랑일까 다시 궁금해졌다. 호텔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영원히 그 답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좀 더 꼼꼼히 물어봐야겠다. 물론 안 물어보고 그냥 지나칠 확률이 더 크겠지만.

다음엔 그냥 집에서 먹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여전히 사람은 많았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25시야구센터 주변은 밤이 깊어도 밝다. 무인탁구장에서 들리는 공 소리랑 스크린골프장에서 나오는 소음이 뒤섞여서 거리가 꽤 시끄러웠다. 이런 환경에서 밥을 먹고 나니, 오히려 집에서 냉동식품이라도 돌려 먹을 걸 그랬나 싶었다. 편하긴 하지만 뭔가 마음이 헛헛한 느낌. 그렇다고 딱히 나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찝찝함이 남았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파편처럼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는 그냥 익숙한 곳으로 갈 것 같다. 괜히 이름 특이한 식당 찾지 말고.

댓글 1
  • 스크린골프 이야기 들으면서 나도 예전에 피시방 매매 알아본 적 있었나 싶어서 생각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