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화에 파크골프 장비부터 질렀다가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과정

엄마의 성화에 파크골프 장비부터 질렀다가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과정

부모님의 성화로 입문하게 된 파크골프의 첫인상

처음에는 그냥 동네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하시는 게이트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갑자기 파크골프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주말마다 등산 가시는 것보다는 차라리 잔디밭을 걷는 게 무릎에 덜 무리가 가겠거니 싶어 가볍게 찬성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엄마는 벌써 같이 치는 동네 아줌마들이랑 장비 얘기를 끝내놓고 오셨고, 나보고 당장 쓸 만한 채를 하나 알아봐 달라고 성화였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 전까지는 채 하나에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문구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막대기 같은 걸로 대충 치는 줄 알았는데, 전문적인 장비 브랜드가 따로 있고 가격대도 꽤 나가서 당황했다.

장수군 장계 파크골프장에서 경험한 현장 대기 상황

부모님을 모시고 전북 장수군 장계면에 있는 장계 파크골프장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았다. 주말 아침 일찍 서둘러서 오전 9시 반쯤 도착했는데, 이미 주차장부터 차가 꽉 차 있었다. 대기 시간만 거의 1시간 가까이 된다고 해서 클럽하우스 같은 대기실에서 멍하니 기다려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용객들의 복장이 본격적이었다. 다들 화려한 아웃도어 의류에 모자, 장갑까지 세트로 맞춰 입고 계셔서 평범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간 우리 가족이 조금 뻘쭘할 지경이었다. 차례가 되어 코스에 들어갔는데, 잔디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앞 팀이 조금만 늦어지면 뒤에서 눈치를 주는 바람에 마음 편히 공을 치기가 어려웠다. 초보자라고 뒤에서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져서 엄마도 처음에 헛스윙을 몇 번 하더니 꽤 긴장하시는 기색이었다.

국산 파크골프채 구매 과정에서 겪은 가격대 비교

가장 고민이 컸던 건 역시 장비였다. 인터넷으로 국산파크골프채추천 글들을 아무리 읽어봐도 어떤 게 진짜 좋은 건지 분간이 잘 안 갔다. 일본 브랜드 제품들은 쓸 만한 게 기본 80만 원에서 100만 원을 훌쩍 넘어가서 도저히 선뜻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국산 브랜드 중에서 35만 원 정도 가격대의 제품으로 결정을 했다. 나무 헤드로 된 단단한 채였는데, 일반 골프채와 달리 이 채 하나만 가지고 모든 홀을 다 돌아야 한다고 했다. 퍼터와 드라이버 역할을 다 해야 하니 채가 생각보다 묵직하고 두꺼웠다. 35만 원이라는 돈이 적은 돈은 아니었기에 결제하면서도 과연 엄마가 이걸 몇 번이나 쓸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었다.

볼마커와 파우치 같은 자잘한 장비 구매의 번거로움

채만 사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도 따로 사야 하고, 공을 넣고 다닐 파크골프파우치며 볼마커 같은 자잘한 액세서리들이 줄줄이 필요했다. 파우치는 허리춤에 차는 벨트 형태로 샀는데, 2만 5천 원짜리 저가형을 샀더니 지퍼가 뻑뻑해서 공을 꺼낼 때마다 끙끙대야 했다. 파크골프 공은 일반 골프공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우드볼 느낌의 플라스틱 공이라 파우치에 넣으면 주머니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핏이 영 어정쩡해졌다. 볼마커는 모자챙에 자석으로 붙이는 걸 샀는데, 엄마가 라운딩 도중에 모자를 만지작거리다가 어디선가 잃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남는 동전으로 대충 마킹을 해야 했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이 계속 겹치다 보니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집 마당에 잔디매트를 깔고 연습하며 느낀 소음과 먼지

주말에만 필드에 나가는 걸로는 감질이 나셨는지, 엄마는 집에서도 연습을 하겠다며 베란다나 마당에 깔아둘 매트를 사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골프스윙매트와 인조 잔디매트를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깔아드렸다. 가격은 배송비까지 해서 3만 원 정도 줬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또 문제였다. 매트에서 떨어지는 초록색 미세한 플라스틱 인조 잔디 가루가 온 베란다 바닥에 흩날려 청소하기가 너무 번거로웠다. 게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무거운 파크골프 공을 매트 위에서 툭툭 칠 때마다 바닥을 타고 내려가는 둔탁한 진동음 때문에 아래층에서 연락이 올까 봐 조마조마했다. 결국 며칠 연습해 보지도 못하고 잔디매트는 구석에 말아서 처박아 두는 신세가 되었다.

라운딩을 마치고 돌아오며 드는 운동 효과에 대한 의문

주말마다 부모님 스케줄에 맞춰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공을 치러 다닌 지 한 달쯤 지났다. 엄마는 재미있다고 하시는데 정작 옆에서 지켜보고 같이 쳐본 나는 이게 정말 어르신들에게 관절 무리 없는 좋은 운동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허리를 굽혀서 바닥에 놓인 공을 집어 올릴 때마다 허리가 뻐근한 건 젊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날씨가 조금 추워지니까 엄마도 귀찮으신지 거실 구석에 파크골프백을 세워두고 며칠째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비싸게 주고 산 국산 채와 각종 장비들이 이대로 먼지만 쌓이게 되는 건 아닌지, 괜히 초반에 열을 올려서 돈만 낭비한 건 아닌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 다음 주말에는 날씨가 풀리면 가자고 하실지, 아니면 이대로 장롱 면허처럼 묻히게 될지 아직은 지켜보는 중이다.

댓글 1
  • 매트 깔고 주문한 가루 때문에 오히려 청소가 더 힘들어졌네요. 처음부터 다른 방법을 찾아봤어야 했나 싶어요.